책의 종류를 나누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러 방법 중에 내가 즐겨 사용하는 것은 '갖고 싶은 책'과 '빌려서 읽어도 되는 책'으로 나누는 것이다. 밤까지 꼬박 새우며 읽었던 책이 두 개 있었는데 해리 포터 시리즈와 태백산맥이었다. 둘 모두 허리가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과 내일 출근에 대한 부담까지 무릅쓰고 읽을 만큼 재미있었지만 전자는 빌려 읽은 것을 후회하지 않았고 후자는 빌려 읽은 것을 몹시 후회했었다.'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는 내가 갖고 있어야만 하는 책으로 분류되어 내 책꽂이에 곱게 박혀있다. 오늘처럼 날씨가 꾸물거리거나 우울할 때, 가끔 심심하면 꺼내서 쉬~익 들춰보곤 한다. 한 장에 한 줄밖에 되지도 않지만 글을 굳이 읽을 필요도 없다. 슬렁슬렁 책장을 넘기며 사진 속의 동물들과 눈맞춤을 하면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 미소가 삐질삐질 새어 나온다.그들은 '너 우울하니? 그럼 이런 방법들을 써봐.'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현재 상태가 그런거야. 어때? 내 말이 맞지?'라고 직접 묻거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사진 속에 앉아서 날 바라보거나 숨거나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난 기분좋게 웃을 수 있다.참, 이 책을 보거들랑 희망의 가지 뒤에 숨은 토끼에게 안부를 전해주십시오. 거기 숨어도 다 보인다는 말도 함께요. ^^
현재 백수생활을 하고 있다. 너무너무 쉬고 싶어서, 그냥 빈둥거리는 것이 행복해서 무작정 놀고 있다. 헌데 사람이란 동물은 신기하게도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항시 맘이 불안하고 다시 뭔가를 하기 위해 바삐 움직여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더 신기한 것은 이럴 때일수록 더욱 성공에 대한 욕망이 커지고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더더욱 신기한 것은 욕망과 자신감의 반비례 속에서 구체적인 실천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내 상태가 문제인 것이었다.이 책에 대해서는 아무 할 말이 없다. 그저 그가 말하는 문제가 나와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만 골라서, 그것도 인심 써서 그 중 절반만 나열하련다.1. 다른 사람들의 실패를 은근히 즐거워한다. 2. 남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3. 하루에도 몇 번씩 컨디션이 바뀐다. 4. 자신의 일은 제쳐두고 남의 일에 팔을 걷어붙인다. 5. 나에게는 재수 없는 일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6. 화가 난 상태를 즐기기도 한다. 7. 내 생각대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왜곡시킨다. 8.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인간관계를 질질 끈다. 9.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화가 난다. 10. 늘 판에 박힌 생활 속에서 무기력하다. 11. 몇 분이면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조차도 미룬다. 12. 좋은 사람이지만 때로는 냉정하고 잔인해진다. 13. 게으르고, 의욕도 없다. 14. 배고프지 않아도 무심코 무언가를 먹게 된다. 15. 다른 사람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한다. 16.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17. 100가지 중 하나만 잘못 돼도 그것에 집착한다. 18.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19. 나에겐 정해진 운명이나 숙명이 있다고 믿는다. 20. 다른 사람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와~~~~ 적당히 줄였는데도 20개나 된다. 오늘부터 열심히 고쳐봐야겠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도 이런 결심을 했겠지만..... ^^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혹은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시종일관 깔깔대며 소리내어 웃어야만 했다. 내심 '이거 심각한 얘기 아니야?', 의심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우스개 소리로,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 그렇다고 웃고 돌아서면 잊혀지는 가벼운 얘기냐? 그것도 아니다. 작가는 매상황마다 세상(소시민이 사는 세상이 아닌 바라보는 세상.... 다시 말해서 우리가 직접 경험하진 못하고 텔레비젼을 통해서만 보는 세상도 되겠다)을 비웃으며 침을 뱉어댄다. 그러나 작가가 뱉어내는 침은 모욕적이지도, 기분 나쁘지도 않은 꿀맛이다.'머꼬'는 주인공의 조카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것이 실제 이름인지 별명인지 정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이야기는 '머꼬'네 외삼촌(주인공이다.)집을 둘러싸고 펼쳐진다. 가장 소시민적 삶을 살고 있는 '머꼬' 외삼촌네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외할머니(외삼촌의 입장에서)와 어머니, 거기에 외삼촌을 포함한 4남매에다 사돈까지 한데 모여서 살고 있다. 그것도 온통 새로 들어선 높은 건물 때문에 제대로 햇빛조차 받지 못하는 오래된 옛집에서 말이다.'머꼬'네 식구들은 가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너무나 평범해서 이런 걸로 어떻게 이야기가 만들어지나 싶을 정도지만, 내가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쉽게 몰입된다. 그 위에 작가 이만교 특유의 가벼운 말투가 덧입혀져, 세상을 비꼬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웃음을 자아낸다. 홍수로 집이 떠내려가도, 사랑하는 여인이 떠나가도, 함께 사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행복한 머꼬네 집에 지금 당장 놀러가 보시라. 당신도 분명 행복할 수 있다.
1. 작가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몽환적인(철저히 나 주관적인 느낌이다.^^) 분위기를 담고 있다. 꽤 탄탄한 줄거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읽는데 속도가 붙지 않는다. 나처럼 문체나 주제보다 글의 구성과 사건 전개의 속도를 즐기는 사람이 즐겨 읽는 것을 보면 결코 재미 면에서도 빠지는 글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으면 맘 한켠이 찜찜하니 참으로 요상스럽다. 물론 이것이 무라카미 하루키만이 가진 매력이다.2. 책 / 빵가게 재습격: 이 책 '빵가게 재습격'은 단편집이다. 일반적으로 단편집을 읽고 나면 그 작가가 뻔해 보이고 실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글'이란 것이 원래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고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보니 그런 글을 묶어서 보다보면 '아~~~~ 이런거구나.' 혹은 '또 이런거네!!' 하는 느낌이 금새 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 '빵가게 재습격'은 그렇지 않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이 또렷하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의 냄새가 아련하게 스치듯 날 뿐이다.3. 난 '코끼리의 소멸'이 좋더라.: '빵가게 재습격'에 함께 실린 단편이다. 그 속에 쓰인 '소멸'이란 단어가 참으로 생소하다. '사라짐'이란 의미로 사용했는데 어색하다. 그렇다고 '소멸' 이외에 그 의미를 대체할만한 단어도 마땅치 않다. 사라짐이란 것, 특히 단시간에 소멸하는 것의 납득이 쉽지 않다는 걸 제목 안에 담고 있는 듯 하다. 분명히 코끼리는 도망간 것이 아니라 소멸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