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어린 시절
최도설 지음, 최도성 그림 / 작가와비평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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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 아닌 이방인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봅니다.

제 또래(?)의 형제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이방인의 어린 시절은 성인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서술은 성인이 하고

사건 안에서 대화는 어린 아이로 돌아가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읽는 내내 나도 어른이 되었다 어린이가 되었다 하니 이야기에 푹 빠지기보단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는 자세가 됩니다.

뒷짐지고 서서 '그 땐 그랬지' 라고 허허 웃게 되는 그런 자세.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는 이방인의 어린 시절은 나의 그것과 많이도 닮았습니다.

엄마 지갑에 몰래 손을 댔다가 들킨 기억.

화력발전소는 없었지만 1시간도 훌쩍 넘는 곳을 놀겠다며 걸어갔던 기억.

눈 감으라 말했다가 눈 뜨란 말을 하지 않았다고 사과하는 선생님은 만나지 못했지만,

생라면 부셔먹는 재미에 흠뻑 빠졌었고 딱지치기 1등에 집착하던 기억까지 엇비슷한 어린 시절.


가슴이 터질 것처럼 좋았다거나 깊은 공감에 기분이 째졌다거나 하는 감정과잉의 상태는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차분해져서 뜬금없는 존칭 리뷰가 써 질 지경. ㅎㅎㅎ


저는 글보다 그림이 훨씬 좋았습니다.

그림을 들여다보며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혼자 곱씹게 되는 재미.

이젠 그림 보는 힘이 생긴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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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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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좋다.

추리소설이 아닌데 이토록 집중해서 읽다니, 오래간만이다.

600쪽에 달하는 장편에 폭 빠져서 줄줄줄 읽어낸다.

좋다, 베어타운. ㅎㅎㅎ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은 브릿마리 여기 있다를 읽어봤다.

그의 대표작은 오베라는 남자지만 그 책이 인기였던 시절엔 비슷한 류의 소설이 유행이라 굳이 찾지 않았고,

베스트셀러라면 읽지 않는 삐딱선 기질의 연장선으로 지금껏 보지 않았으나,

전작의 등장인물이 바통을 이어받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식의 소설이라 브릿마리나 오베라는 남자나 엇비슷한 분위기로 알고 있다.

베어타운 역시 브릿마리의 케빈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책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진지하면서 어마무시한 흡입력을 장착했다.

아이스하키로 똘똘 뭉친 동네의 이야기를 필두로,

공동체와 팀, 구단은 어떻게 다른지,

내 편과 네 편, 우리와 너희의 기준이 무엇인지 물으며,

옳은 것과 그른 것이 반드시 선과 악은 아니라는 진지한 메세지를 전한다.

사회 정의라는 것은 구현되기 쉽지 않으나 정의로운 사람은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

동성애자, 이민자, 아이스하키를 하기엔 너무 작은 소년, 아빠 없는 아이, 여성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이들의 현실까지 드러내니 이게 어인 일인가.

중간에 정말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이 맞나 다시 한 번 표지를 살펴볼 정도.


등장인물이 많다.

자잘한 에피소드도 많다.

그러나 혼란스럽지 않다.

작가의 필력이란 이런 것이지.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서 아주아주 좋았음.

그걸 드러내지 않았음을 칭찬한다.


완전 강추, 베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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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난민 - 제10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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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난민은 청소년 소설같지 않다.

주제가 쉽게 드러나지 않고, 주인공도 청소년이 아닌 다양한 인간군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

뻔한 교훈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제시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터전을 떠나 난민이 되고 싶을 정도의 아픔과 상처가 있다.

명예살인을 피해 난민의 지위를 얻고자 하는 거창한(?) 이유도 있지만 우연히 더부살이를 하며 난민 아닌 난민이 되기도 한다.

난민센터에 잠시 머물고 있지만 이렇게 저렇게 어울려 지내다보니 웃음이 나고 행복한 것도 같고.

난민이라고 해서 꼭 우울할 필요가 있겠냐며 자신의 꿈을 향해 매진하는 적극성을 드러내거나,

현재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폭력을 휘두를 때도 있다.

​그러나.

눈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했다기보다 문제 상황을 피해 난민의 지위를 얻으니 그들의 아픔과 상처는 고스란히 남는다.


난민센터에 모인 세계 각국의 난민과

유령도시라 불려도 손색없는 새로운 섬 도시에 사는 - 어느 날 보니 난민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

의지하고 정들었던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차고

아픔과 상처때문에 뛰쳐나가려 했지만 다시 주저앉을 이유와 희망이 생기는 그곳.

정착을 꿈꾸지만 완전한 정착이란 없는 우리는.

어느 날 난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난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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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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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심오한 제목, 가볍지 않은 표지.

진지하고 심오한 내용이겠거니 넘겨짚고 스타트.


그러나 나의 넘겨짚음을 처절하게 짓밟고 가버리신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가 만들어지고 있음은 어인 일인지. ㅡㅡ;;


진지하고 심오하긴.

오히려 로맨틱 코미디 영화같다.

여주인공은 카메론 디아즈면 딱 좋겠다.

활짝 웃는 얼굴이 인상적이며 눈물을 흘려도 밝아보이는 - 세상 두려운 것도 거칠 것도 없는 그런 인물.

세상 두려운 것도 거칠 것도 없어보이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삶에 자신없는 평범한 사람.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반갑지 않고,

동창들에게 전달된 내 프로필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혹시라는 희망을 갖고 집을 나선 것이 화근이다.


우연히 만난 컨설턴트를 통해 과거의 한 순간을 지우고 나비효과처럼 찾아오는 새로운 현실.

달라진 현실에 적응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과거를 지우기보단 과거를 사랑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


로맨틱 코미디 영화처럼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말이라 편안히 책을 덮을 수 있음.

책을 덮은 후 온갖 잡념에 사로잡혀 여운을 느끼기보단 책 읽는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던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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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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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처음 접해본 티저북.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의 티저 영상을 생각하며 넙죽 받아든다.

전체 내용을 간추려서 편집한 책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데 앞부분만 있다, 뒷부분 궁금한 건 그냥 온전히 내 몫으로 남아버렸다. ㅠㅠ

 


간만에 잡아든 장르소설.

장르소설은 가끔씩 읽어줘야, 사는데 속도감이 붙는 거 같고 피가 빠르게 돌아 활기가 생기는 것 같다.

아마도 빠르게 진행되는 사건때문인 듯.

푹 빠져서 읽다보면 몇 시간 만에 인생사 하나가 훅 지나가고 긴장감과 기대감에 엔돌핀이 솟구치지 않는가.

"범죄자" 역시 그렇다.

사건 진행 빠르고,

킬러가 죽이려는 남자와 왜 나를 죽이려는지 킬러를 다시 쫓는 남자를 보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얘들은 도대체 이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한 등장인물 천지에,

전혀 관련 없는 4명의 피해자간의 연결 고리가 무엇인지 궁금, 궁금, 궁금, 진짜 궁금하다. (아~ 티저북. ㅠㅠ)


자칫 범인을 쫓는 일에 급급하기 쉬운 장르소설답지 않게 무게감을 갖는 것이 범죄자의 다른 점.

범인을 쫓고 사건의 내막을 드러내는 일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격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일에 공을 들인다.

눈에 띄는 미모를 가진 여자가 클럽에서 1회성 알바를 하는데 직업이 뭘까? (맞춰보세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 싸움의 고수같은 청년의 비밀은 뭘까? (이건 너무 기니 찾아보세요. ^^;;)

우직하고 답답한 형사는 왜 혼자 겉도는 것일까? (감 잡을 수 없는 지점에서 티저북이 끝났으니 나도 답을 찾아야 함)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초반 인물 캐릭터가 잘 잡히면 뻔한 이야기도 무조건 재미있다.

아니 뻔할수록 오히려 더 재미있어진다.


잘 잡힌 인물과 시선을 끄는 사건.

그리고 윤곽이 드러나는 범인(사건)의 실체.

드라마 작가 출신이라더니 드라마틱하게 잘 썼다.


기업과 정치의 어두운 결탁이라는 게 초반에 이미 보인다.

그건 눈에 보이는 큰 카테고리고, 그래서 왜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피해자는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게 만드니 성공작인가?

아이고.

뒷이야기 궁금해서 챙겨봐야 할 책이 되버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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