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의 동물원.

소문 무성했던 바로 그 책.

가슴이 쫄려서 못 읽겠다, 너무 재밌다는 리뷰에 이끌려 태산같은 걱정을 끌어안고 시작한 책.

가슴 쫄리는 거 너무 힘들다. ㅡㅡ;;

중년 심장건강에 해로움. ㅋ


초반이 압권이다.

초반 긴장감과 떨림에 몰표를 주겠다.


동물원에 산책 나온 아이와 엄마.

평화롭고 따듯한 일상 끝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아이와의 가벼운 실랑이 장면 - 가슴이 찡해진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안아달라는 아이를 안아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풋내기 엄마의 마음.

옛날 생각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 즈음,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쫄림의 시작.


작가가 그것을 노린 걸까?

엄마 마음에 충분히 빠져들게 만들어서 엄마의 마음에 기댄 나의 피를 말릴 생각이었을까?

아이를 위해서라면 달리는 차에도 뛰어들 수 있는 엄마,

나는 죽어도 상관없으나 내 아이가 죽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엄마가 책 안에 있고 내 안에도 있다.

책 안의 그녀와 나는 혼연일체 하나가 되어 아이를 위해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18kg의 아이를 업으면 어느 정도 무게감인지까지 고스란히 아는 나는,

꺾이는 무릎과 척추가 내려앉을 것 같은 고통을 책이 아닌 몸으로 느낀다.

그렇게 그녀와 나는 18kg의 아이를 들쳐업고 밤의 동물원을 누빈다.


밤의 동물원은 단순 범죄스릴러 소설이라고 치부하긴 아깝다.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

따듯한 오후의 일상을 보내는 링컨도, 엄마와 외출나온 로비도 동물원에 대한 추억이 있었고,

똑같이 엄마의 사랑을 받았으나 로비는 그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입는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선생님이 있으나

그 선생님으로 인해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을 선물받았으니

그 기억으로 잠시나마 인간다운 모습을 되찾는 로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은 참으로 작은 것인데 그게 어려운 모양이다.

초반 긴장감과 쫄림에 비하면 끝이 허망했다.

(쫄리는 거 정신건강에 해롭다 칭얼대면서 강하고 자극적이지 않으면 실망함. ㅡㅡ;;)

아이 엄마와 아가씨들의 책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어서 흥미롭기도 했던 밤의 동물원.

아이 엄마인 나는 재미있다에 한 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익환 평전 -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년시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은 하늘색 하드커버에 빛나는 위인전 전집이다.

위인전이란 게 죄다 역경을 딛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라 특별히 기억나는 내용은 없지만,

방바닥에 배 깔고 엎드려 주구장창 읽어대던 시절은 선명하다.

그 시절에 징하게 읽어대서 그럴까?

그 이후로 인물에 관한 책을 챙겨서 본 기억이 없다. ^^;;

베스트셀러에 빛나는 체게바라 평전은 보았으나 완독 실패.

사람들이 왜 그 책에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품은 후, 처음으로 맞이한 인물 이야기가 문익환 평전.


700여 쪽을 자랑하는 어마무시한 양이다.

책이 두꺼우니 사진이 많을 거라 생각했으나 '책답게' 글자만 빼곡하다.

여백의 아름다움 따윈 상관없이, 800쪽까지 갈 수 없다는 의지를 담듯 빈틈없이 담아낸 글자의 향연.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문익환' 을 둘러싼 사람들이 죄다 역사책에서 봤던 사람들.

문익환의 삼총사 멤버가 윤동주였으니 이게 소설인지 사실인지 갈피를 못잡겠다.

일제강점기부터 대혼란의 역사와 역사를 관통하는 인물의 삶을 풀어내는 저자 김형수의 문장력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내용도 형식도, 독자에게 주는 감동과 메세지도, 기울거나 버릴 것 없이 마음에 쏙 드니 틈만 나면 책을 잡고 만다.


북한을 방문했던 사람으로 내 기억에 처음 등장하는 문익환 목사는 정신 못차리는(?) 좌익으로 보였더랬다.

데모는 대학생들이 하는 거라 생각했었으니 당연히 젊은 시절부터 쭈욱 데모만 했을 거라 여겼고,

왜 자기가 목사라고 떠드는지 그것도 못마땅했었다.

통제된 언론을 통해 보여주는대로 보고 자란 내 기억 속의 문익환은 그런 사람이었다.

독립운동가 집안이었으나 독립 이후 공산주의자에게 시달려 반공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

자신의 사명은 성서번역이라 여겨 쉰 살이 넘도록 세상의 요구와 사회의 어둠에 침묵하며 살았다는 것은 충격.

충격을 딛고 나아가면 영화 1987에 등장하는 문익환 목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기 시작한다.

이한열 열사를, 박종철 열사를 목놓아 부르던 그 목소리의 근원이 어디인지  보인다.


잠을 재우지 않는 취조 과정에서 피곤하니 자야겠다 취조실 침대에 누웠다는 아내 박용길.

나는 왜 그분에 대해 배우려 하지 않았을까.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견딜 수 없다.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생각' 이란 걸 하게 만든, 문익환 평전.

소중하게,

아주 소중하게 간직할 책으로 분류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고양이 1~2 세트-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개미"의 작가다.

내 인생을 뒤바꾼 책이라고 부르긴 어려워도 '개미'를 읽은 후 받은 충격은

'태백산맥'을 읽은 후의 충격과 맞먹을 정도였다고 기억하는 작품.

그런데 그 후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없었다.

완독한 작품이 단 하나도 없음. ㅡㅡ;;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두 작가가 모두 나와 엇나가는구나.

무라카미 하루키와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작품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시작하는, "고양이".



인간 세상은 형편없다.

'신'이 존재하지만 '신'은 모두를 포용하는 존재가 아닌 모양이다.

신을 섬긴다는 종교로 인해 싸움박질을 넘어서 테러와 전쟁이 일어나게 만들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은 질병이 만연하자 약탈과 살인을 일삼는다.


모든 살아있는 것과 소통하길 원하는 고양이 바스테트.

바스테트는 인간의 지식을 섭렵하고 있는 옆집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만난 덕분에 배운(?) 고양이가 되어 간다.

지식과 정보를 가진 고양이들이 질병과 폭력이 난무하는 도시를 구해내는 이야기.


말도 못할 속도로 읽힌다.

의인화된 고양이가 뱉어내는 고양이 입장의 인류 역사는 압권이다.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똑똑하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빠른 사건진행과 장면전환.

그런데 개연성이 부족했다.

샤먼의 등장만 납득할 수 있었어도......... ㅠㅠ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평이 자자하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대중성이 떨어지는가,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 고양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서정적이다 ,서정적이다, 이토록 서정적인 제목이 있을까.

이 밤과 서쪽으로.


이토록 서정적인 제목인 얘는 에세이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여성 비행사가 1932년에 발표한.



리뷰를 쓸 때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는 인용하지 않는다.

마케팅을 위해 쓴 글이라 나의 감상과 맞지 않을 때가 많고,

책 소개를 읽고서 책을 읽으면 재미가 떨어지거나 오히려 실망할 때가 많기 때문.

그러나  '이 밤과 서쪽으로'는 책 소개가 절실히 필요하다.


저자 베릴 마크햄은 대서양을 서쪽으로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다.

2004년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선정한 최고의 어드밴처북 8위에 올랐다고 하며,

헤밍웨이가 이 책을 읽은 후 작가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얘기는 책 앞장에 인쇄되어 있다.

전사, 금발의 파일럿, 팜므파탈 등의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는 그녀.

강인하고 거칠고 투박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 예상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첫 페이지, 첫 줄부터 반하고 만다.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의 소유자가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느낌.

붙임딱지가 아니라 색연필을 들고 앉는다.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살게 된 그녀는

사자에게 물리고 원숭이에게도 물린다.

곤봉으로 자기를 문 원숭이를 때려 죽이는 경험은 물론 멧돼지 사냥에 나서는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코끼리떼가 농장을 가로질러 지나가는 건 일도 아니다.

말이 물어서 집어던져도 자고 일어나 다시 말을 돌보러 나가는 아이.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말 한 마리에 보따리 두 개만 들고 집을 떠나 경주마 조련사가 되고

비행을 배운 후, 칠흑같은 어둠을 뚫는 야간비행과 횃불로 만든  활주로에 착륙하는 어려움도 불사한다.


'여전사'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삶.

그러나 그녀의 글은 너무 따뜻하고 아름답다.

이 밤과 서쪽으로라는 제목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서정적인 글.

번역도 매끄러워서 아름다운 문장과 그녀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가슴을 파고든다.


늦가을.

찬바람이 선선하게 불 때 창문을 활짝 열고 따듯한 이불 속에 누워 있는 그런 기분.

내용은 거칠기 짝이 없건만 전달하는 문장은 곱디 곱다.

영국식 차를 내놓은 테이블을 바라보며 갖는 생각이 건전(내 기준이지만)하니 더욱 맘에 든다.

"그 차탁은 사치가 아니라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표시였을 것이다.

이는 영국의 팽창을 가능하게 했던 옛 중국의 두 가지 선물, 차와 화약에 여전히 이중의 빚이 있다는 증거였다." (102쪽)


사랑하는 것은 깊이, 천천히, 자세히 보게 마련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사랑하는 것들.

그래서일까?

묘사가 많다.

읽기에 속도가 붙지 않지만 몹시 좋았던 책.

헤밍웨이가 이 책을 읽고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말에 절대 공감할 수 있었던, 이 밤과 서쪽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악플에 시달린 아이돌이 등장했을 정도로 이슈를 만들어낸 작가.

별 거 아닌 일상을 잡아낸 그녀의 눈썰미에 반했던 나는 신작 '그녀 이름은' 에 은근한 기대감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단편집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소설집이라는데 소설보단 자잘한 에피소드 모음집같다.

장편소설이라고 생각했다가 적잖이 당황함.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이 등장한다.

드라마 소재로도 많이 쓰였던 뻔한 이야기부터,

숨을 컥 들이키게 하는 반전과,

공감할 수 밖에 없어서 눈물이 맺히기도 하고,

뉴스를 통해 봤던 사연까지 각양각색의 사연이 소개된다.


그녀 이름은..... 이라는 제목에 이미 내용을 담았듯 여성의 이야기다.

뭘 어찌 하자, 뭐가 어떻게 잘못이다는 말은 없다.

그저 그녀들의 생활이고 생활 속 작은(?) 에피소드를 쓰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작은(?) 에피소드를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겠지.

누군가는 페미니즘을 운운하며 싸우자 달려들겠지.

소설을 읽으며 이 책으로 인해 생겨날 논란이 먼저 떠오르는 슬픈 순간.


애인의 노후를 준비하는 선배,

국회 청소 용역 아주머니,

여대 경찰병력 투입 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세상을 남과 여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통과 아픔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 - 그녀 이름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