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 왜곡과 날조로 뒤엉킨 사이비역사학의 욕망을 파헤치다
젊은역사학자모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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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책답다" 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 있다.

몹시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되지만,

책이 책답다고 느껴지는 순간의 짜릿함은 온전히 내 것이니 주관적인 기준이어도 상관없다.



 

1. 종이 & 편집

전자책은 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꼰대 감성의 소유자.

종이를 넘기는 손맛을 어찌 설명하랴.

페이지를 넘길 때 손에 착착 감기는 종이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버석버석한 느낌의 갱지가 좋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손에 베일 정도의 날카로운 코팅지에 반하기도 하고,

욕망 너머의 한국사처럼 맨들맨들 + 두툼함의 고급스러운 종이에 감탄하기도 한다. 

눈이 피로하지 않게 글자와 글자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적당한 간격과 크지도 작지도 않은 글자 크기는 기본.



2. 객관성 & 전문성 & 직격탄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는 한국사 문외한이 재미나게 읽을 책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정보 제공 차원에서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논란이 되는 문젯거리를 하나씩 반박하는 책이기 때문.

역사 무식자도 안다는 광개토대왕(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에서는 "대왕"이라 부르지 않는다. 이것도 충격)의 비석에 새겨진 문구가

불러일으킨 논쟁과 그 안에 숨겨진 고구려의 욕망을 보려면 일정 수준의 역사 지식을 갖고 있어야겠다.

기와의 문양이나 무덤 형태 등이 고구려를 계승한 증거라고 배우는 발해사의 논란도 마찬가지.

왜 굳이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증거를 배워야 하는가 - 교과서에서는 배우지 않았던 이유가 등장한다.

객관성과 전문성을 담보한 역사적 사료를 들고 사진과 지도로 중무장해서 한쪽으로 치우침없이 객관적인 자세로.


발해사나 임나일본부설이 외국과 관련된 논란이라면 국내 사학계의 논란거리도 드러난다.

"욕망 너머"의 욕망은 이들 뒤에 숨은 욕망도 일컫는데 역사학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해 직격탄을 날린다.

너무 눈에 익은 역사학자의 이름과 책의 저자인 젊은역사학자 모임의 거침없는 행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함.



3. 너의 뒤통수를 제대로 치겠다.

1차 사료고 2차 사료고, 직접 눈 앞에 갖다 줘도 볼 줄 모르는 나는.

누군가 제공하는 자료를 보고 듣고 믿게 된다.

가장 먼저 접하는 자료가 학창시절 교과서와 선생님이었으나

정권의 영향을 받은 교과서로 입시 위주의 한국사만 배운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를 뛰어넘고자 스스로 공부했으나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에서 지적하는 부분이 나의 앎과 또 다를 때,

다시 한 번 뒤통수를 맞는다.

4. 가장 큰 배움, 낙랑군.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로만 알고 있었다.

"낙랑"의 존재는 오로지 공주 하나였고 둘이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배경은 지금까지도 잘 몰랐다. ㅡㅡ;;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된 낙랑군.

배움의 기쁨이란 걸 중년이 되어서 알아가니 세상 오래오래 살아야겠다. ㅎㅎㅎㅎ

중간중간, 둘 중 누가 나를 속이는(?) 것인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역사 좀 안다면 꼭 읽어보시라.

더 큰 미궁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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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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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에세이 처음이다.

음식 에세이라니.

책 제목도 어찌나 이쁜지 홍차와 장미의 나날이다.

흐음~ 제목만 되뇌어도 기분 좋아지는 홍차와 장미의 나날.

< 음식 > 

음식 이야기가 나온다.

오이 껍질을 듬성듬성 벗겨 간장에 오이 무침을 해서 먹는데 취향이 확고하다 못해 단호하다.

(일본의 간장이나 밥에 대한 애정은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음)

다른 소스나 다른 요리법도 있다는 말을 "감히" 꺼낼 수 없을 지경이다.

지금껏 음식을 소재로 다룬 영화를 떠올리면 따뜻하고 정감어린 분위기에 끌려 마음이 푸근해졌는데

이 책은 따뜻함과 푸근함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신념과 확신으로 무장했다.

새롭다. ㅎㅎㅎㅎ


< 요리 >

쉽게 읽히지 않는다.

요리 과정이 글로 옮겨지면 그 과정을 상상해야 하는데 요리를 즐기지 않는 나는 상상의 과정도 더디다.

요리책이야 사진이 있으니 글을 보지 않아도 이해되지만 산문으로 쓰인 요리 과정은 다르다.

마치 저자가 시키는대로 하면서 재료 하나라도 빠뜨릴까 조심스러워 하는 모양새.

쉽게 접하는 우리나라 요리가 아니라 더욱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욱 더디다.

만사 귀찮아하는 점이나 어림짐작으로 재료의 양을 정하는 건 완전 내 스똬일.

재미나다. ㅋ


< 문체 >

저자 모리마리는 1903년 생.

할머니라 부르기에도 죄송스런 역사 속 인물.

그런 할머니께서 젊은이처럼 말하는 느낌.

짧고 간결하면서 굉장히 예의바르고 조심스럽지만 권위적이거나 촌스럽지 않다.

"아이란 특히 혼자 있을 때 한 사람분 과자를 융숭히 대접받으면 기쁜 법이다." (28쪽)

아이의 마음을 정확히 짚어 "융숭히 대접받는다"는 문어체를 사용해 과자 받는 기쁨을 표현하는 재미.

좋다. ^^


여행, 사랑처럼 하나의 주제로 쓰인 에세이는 나눠서 읽되 시간차를 두지 않으면 질려버린다.

한 사람이 하나의 소재에 대해 갖는 생각이 거기서 거기니 당연한 일.

그러나  홍차와 장미의 나날처럼 다양한 소재를 신변잡기(?)로 버무려

근사한 문체로 풀어내면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프랑스어 선생님을 따로 불러 배울 정도였던 옛날 부잣집 할머니의 이야기는

귀가 솔깃해지는 흡입력이 있는데다

동료 문인부터 요리까지 칭찬인 듯 디스하는 센스(?)도 갖추셨음.


서늘한 가을 아침.

조용히 앉아 따뜻한 차 한 잔과 20분씩 읽기에 너무너무너무 잘 어울렸던, 홍차와 장미의 나날. 

호호할머니 작가의 산문이라 넉넉한 마음으로 읽었음 인정!!! ^^


다시는 에세이 읽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가끔 만나는 보석같은 요런 애들 때문에 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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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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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웃음이 터진다.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니. ㅎㅎㅎ

기상천외한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온갖 숫자가 등장할 줄이야.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였던 나는 '친화수' 가 뭔지부터 이해하길 거부하고 읽어나간다.

끝까지 읽은 결과, 책에 등장하는 숫자는 이해하지 못해도 아무 문제 없으니 두려워말고 나아가길 바람.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는 라이트노벨이다.

라이트노벨은 일본에서 만들어낸 단어란다.

가볍게 읽히는 오락성 짙은 소설로 만화를 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소설이라고 봐도 좋겠다.

가볍게 죽죽 읽혀서 그런가, 얘는 비닐로 꽁꽁 싸맨 포장이라 서점에서 호로록 읽어버리기는 어렵겠다.


라이트노벨답게 술술 읽히는 것이 최고의 장점. (나는 숫자 관련 부분의 이해를 포기)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질환으로 시한부 기억에 의지해 한 달 단위로 살아가는 소녀와 같은 반 소년의 이야기.

주기적으로 기억을 잃는 난치병을 앓는 소녀가 소년을 기억하는 방법이 바로 숫자다.

병이 있는 여자주인공과 그녀 곁을 덤덤하게 지켜내는 남자주인공의 뻔한 사랑 얘기는 얽히고 설킨 숫자로 참신함을 덧입는다.

거기에, 소년의 과거 사건이 현재와 맞물리면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지니 뻔함과 반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구성.


라이트노벨은 가볍게 죽죽 읽어주면 된다.

드라마와 만화책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심리를 치밀하게 보여주거나

사건의 구성이 촘촘해서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의 작품성을 보여주진 않는다.

재미와 속도감으로 무장한 작품.

마니아라 불릴 정도의 팬층을 확보한 장르의 맛을 보고 싶다면 도전해도 좋을,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작가가 수학을 엄청 잘했던 모양이란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음. ㅎㅎㅎㅎ 

친화수라고 하는 그의 핸드폰 번호를 끝끝내 이해 못한 나는 어이해야 할런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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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조성일 지음, 박지영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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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는 순간.

정말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는 걸 깨달으리라.


처음엔 처음이니까 서툴러서 그랬다지만

지금도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현재의 사랑을 반성한다.



 

1. 책이 이쁘다.

표지만 이쁜 게 아니라 책 안도 이쁘다.

시화같기도 하고 예전 학창시절에 사용했던 - 싯구가 쓰인 연습장이나 노트 앞면 같기도 하다.

색감도 너무 좋다.

한 장씩 페이지 넘기며 그림만 봐도 기분 좋아지니 책값 절대 아깝지 않음. ㅎㅎㅎ


2. 이별 얘기가 주를 이뤄 내 감성에 잘 맞는다.

중년 아줌마 감성에 사랑과 연애 공감이 어인 말이냐.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이별을 떠올리는 것이 훨씬 쉽다.

문장 하나하나가 전부 내 얘기.

뒤늦게 찾아오는 부끄러움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서툴기 짝이 없던 첫사랑 소환 에세이다. ㅡㅡ;;


3. 남자는 이런 마음이구나, 때늦은 역지사지.

내가 했던 말, 행동에 그 사람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공감했던 글>과 <표현이 좋은 글> 로 나눠 메모하다가 관둔다.

너무 많다.


4. 나이를 먹으며 잊고 사는 감정이 있다.

먹고사는 문제로 바쁘기도 하지만 인륜과 도덕이라는 틀 안에서 살기 때문에 접어야 하는 감정도 있다.

새까맣게 잊고 살던 감정을 살포시 꺼내보는 기분이 남달랐던,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공감했던 글>과 <표현이 좋은 글> 2관왕을 차지했던 부분을 서비스로 공개하겠음. ^^


* 77쪽. 시간을 갖자는 말.


시간을 갖자는 말이

도통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내가 없는 일상을 말하는 건지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만날 수 있는지 없는지 평가하려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나를 만나는 게 힘들어

다른 사람을 만나보겠다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결국 내가 줄 수 있는 게

시간뿐이어서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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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방콕 (깐짜나부리, 아유타야, 파타야, 후아힌) - 2018-2019 최신판, 분리형 가이드북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이진경.김경현 지음 / 길벗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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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콕이라는 도시를 알 수 있는 테마북 + 무작정 따라하기만 해도 여행이 될 것 같은 코스북.


전엔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 자신있게 말했으나,

지금은 계획 세우기 싫어 배낭여행은 안 가겠다 말한다. ㅡㅡ;;

내 맘을 눈치챘나?

숙소 잡아 여행하는 여행 코스(사진 좌측)와 한나절 코스(사진 우측) 계획을 세워준다.

나같은 게으름뱅이 아줌마나 해외여행 두려운 초짜 배낭여행객에겐 탄성이 나올 소식.

          
 

지하철 안내도를 소개하면 표를 사서 개찰구 통과하는 것까지 알려준다.

글이 아닌 사진을 동반해서.

이 책 만든 사람 도대체 누구냐 소리가 절로 나오누나.

저걸 하나씩 사진 찍고 그걸 또 편집에서 책을 내다니, 대단하다 진짜.

​       

맛난 음식 소개는 기본.

태국 음식이 입에 꼭 맞았던 나는 이 페이지에서 눈을 떼지 못할 지경이다.

방콕에서 맛볼 수 있는 유명 요리를 소개하고 맛집을 알려주는데 별점과 위치까지 주시니 말 그대로 TMI. (Too Much Information)        


무작정 따라하란다고 시키는대로 하면 그것이 배낭여행이냐고 외칠 적극적 배낭여행자들은

대략적인 정보만 얻어 스스로 일정을 짤 수도 있겠다.

​     


여행 좋아해서 여행관련 서적을 탐독하는 사람이라면 잘 알리라.

얼마나 많은 여행 정보 책이 있는지.

방콕, 한 동네를 가면서 출판사별로 책을 비교할 것도 아니고, 책 선택 기준은 모~옵시 주관적이 될 터.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는 내 취향에 꼭, 너무 맞는 책이로구나.


한 때 세계 여행자들 사이에서 바이블이라 여겨졌던 "론리플래닛" 의 유행에 편승.

그 책을 갖고 베트남 여행 계획 세우다 스트레스 엄청 받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글자 많고 여백 적으면서 작고 뚱뚱한 책이 싫거든. (영어 독해를 하는 건지 정보를 얻는 건지도 모르겠고)

나는!!!!!

글자는 적게, 여백은 넉넉하면서, 책이 넓어 힘을 가하지 않아도 스스로 쫘악 펼쳐지는 여행 책이 좋다.

별도의 지도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의 상세한 지도가 첨부된다면 금상첨화.

나의 이러한 요구에 맞아떨어지는 책이 바로 무작정 따라하기 중에서도 방콕일세.

 


어마무시하게 화려한 색과 자세한 사진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다녀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드니 

여행 가이드북의 목적이 아니어도 구매할 의사가 생기는 책.

 


이 책 완전 맘에 들었어.

이거 하나면 여행 굳이 갈 필요 없겠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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