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진실 - 우리는 어떻게 팩트를 편집하고 소비하는가
헥터 맥도널드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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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만들어진 진실이지만 저자는 "경합하는 진실" 이라고 표현한다.

분명한 진실이지만 편집에 의해 담고 있는 의미가 달라지는 그것.

내가 원하는 진실과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진실 사이의 경합에 관한 소름끼치지만 재미난 이야기들.

부제 "우리는 어떻게 팩트를 편집하고 소비하는가".

"진실" 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편집되어 우리 앞에 놓이는지 조목조목 짚어준다.


미국 텍사스주의 교과서엔 2015년부터 백인우월주의 집단인 KKK 에 대한 내용을 싣지 못한단다.

미국 남북 전쟁의 주된 원인은 '각 주의 권리' 문제였고

남부 주의 플렌테이션에 '수백만 명의 노동자'를 데려왔다고 에둘러 표현.

어디 하나 거짓은 없으나 흑인 인종 차별, 인간을 사고 팔던 노예무역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잘못을 덮어버리거나 성과만 드러내는 진실 오도의 방식은 쉽게 접할 수 있으나

내가 오도된 진실을 배우고 있다는 걸 알기는 쉽지 않다.


역으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진실인지 아닌지 알아내려면 집단의 특수성이 드러나는가를 살피는 방법이 있다.

일반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라면 개별 환자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라면 에볼라같은 전염병이 돌 때 다수를 위해 일부를 죽도록 내버려둘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집단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염병 환자를 방치한 의사' 로 매도된다면 공중보건 단체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

두 집단에 똑같은 도덕적 기준이 적용된다면 진실을 오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


다이아몬드가 남아돌아 가격이 떨어지던 상황을 급반전시킨 내막(진실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ㅡㅡ;;),

'페미니스트' 의 정의를 내려줄 때와 아닐 때 입장이 다른 사람들,

객관적 지표로는 실패한 선거였으나 주관적 판단으론 성공한 선거 결과까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를 통해 만들어진 진실을 콕 찝어주시니 옛날 이야기 듣는 것처럼 재미나다. ㅎㅎㅎ

교양인문학으로 분류된 책인데 에세이처럼 술술 읽힌다.

이런 책, 너무 좋아. ^^


챕터가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인용 문구마저 모두 소장하고팠던, 만들어진 진실.

책을 덮는 순간.

죽는 날까지 공부해야겠단 결심을 하게 된다.

그들의 입맛에 맞게 편집된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건 온전히 내 몫이 될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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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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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완전 내 스똬일.

나는 이런 미스터리가 좋다.

내가 읽었던 국내 미스터리 작가 작품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넣어주겠다.



 

얼마 전에 일본 소설 '보기왕' 을 읽으며 우리 나라에서 구전되는 민담이나 설화로 쓰인 이야기가 훨씬 재미나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구전 설화나 민담은 뿌리가 우리 것이니 어떤 모양새로 바꿔내도 정서가 통한다.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에 등장하는 놀이도 난생 처음 듣는 것이지만

묘하게 겹치는 것들이 떠올라 공포심보단 친근함이 먼저 다가온다.

귀신을 불러낸다는 분신사바,

아저씨들이 나무에 등을 치며 운동하는 모습도 떠오르고,

밤 12시에 거울 보지 말라거나,

깨진 거울 조각을 들고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거울에 미래의 신랑이 보인다는 이야기,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것이라니 해리 포터도 생각나고,

정답을 맞추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수수께끼까지 옛 기억이 모두 소환된다.


고등학생 시절.

동네 친구 일곱은 소리나무를 불러내는 놀이(?)를 하게 된다.

소리 나무는 모두 아홉.

나와 짝을 지은 소리나무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해주고 나는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

그 댓가가 무엇인지 몰랐던 아이들은 일이 터진 후,

급하게 동네를 떠났지만 소리나무는 장성한 아이들을 끝내 찾아내고 묻는다, 내가 누구냐고.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면 놀이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 잘못 대답하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공포의 시간.

소리나무가 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15년을 쫓아다녔으며

이들이 놀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답은 무엇일까?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범인을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단서를 갖고 해답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미스터리한 문제를 전후과정 맥락에 맞춰 인물간의 관계 속에서 풀어내는 이런 작품 좋다.

중간중간 친절하게 주제를 풀어준다거나, 김이알의 마지막 모습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다 용서할 수 있다.

아주 재미있게 잘 봤음.

선과 악을 구분지을 수 없고, 주연과 조연을 나누는 것이 무색한 마무리가 특히 좋았음.


'다빈치 코드"의 한국판 청소년 소설같았던,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내용은 다빈치 코드와 전혀 관련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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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1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전2권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6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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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중 1권.

963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

여백 없이 촘촘한 글자는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을 지경이다.

이걸 과연 읽을 수 있을 것인가, 멈칫하게 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예상보다 술술 읽혀서 오히려 당황스럽다.

플루타르코스가 천재인가 번역가의 능력인가. ㅎㅎㅎ


국내 유일의 2권 완역본이라길래 인터넷 서점 좀 뒤져봤다.

이걸 2권으로 출판한 건 출판사의 능력이겠다 싶은 생각에 뒤져보니 타 출판사엔 10권짜리 전집 세트도 있더라.

표지를 새로 바꿔서 재출간했다는데 각 권 22,000원에 해결(?) 해준 현대지성 출판사에 감사를. (난 출판사 관계자 아님. ㅋ)

들고 다니면 손목이든 어깨든 뭐 하나가 나갈까봐 휴대할 수 없지만

책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뚱땡이 글자 많은 책에 대한 무한 애정은 어쩔 수 없다.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플루타르코스가 그리스, 로마의 영웅 이야기를 쓴 것이다.

"~우스"들이 넘쳐나던 시대.

아무리 봐도 머리에 남지 않았던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했던 그들이 또 나온다.

그런데 신화가 아닌 역사적 사실로 접근하니 이해가 쏙쏙.

단군신화를 곰이 마늘 먹고 사람된 이야기로만 받아들이면 허무맹랑해서 의심을 품게 되지만

곰족과 호랑이족이 환웅족과 하나되는 과정으로 해석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며 이해하기 쉬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

실존 인물과 그의 행적을 그리스로마신화 안에서 찾아주니 막힌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다.


영웅전이니 당대의 영웅이 등장.

아는 사람도 있고 난생 처음 듣는 이름도 등장한다.

비슷한 업적을 가진 영웅들을 묶어 비교해주니 세계사 일타강사의 강의 듣는 기분. ㅎㅎㅎ

이렇게 길고 방대한 인물들의 삶을 글로 정리하다니, 아무리 봐도 플루타르코스는 대단한 능력자다.

대단한 능력을 가진 타고난 이야기꾼이라 진위를 알 수 없는 내용도 있고,

각주를 달아 본문에선 빼야 할 이야기를 쓰는 바람에 어수선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책의 앞부분(해제, 플루타르코스 생애)에서 미리 언질을 해줘서 혼란스럽지 않았다.


나 개인적으론 스파르타의 리쿠르고스를 가장 몰입해서 읽었음.

지금껏 내가 보았던 글은 스파르타의 강인함을 칭찬하거나 소수 귀족 집단의 폭압으로 유지된 도시국가라는 극과 극의 평가였는데

자세하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나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얻은 기분이었달까.

플루타르코스 자신도 상당한 애정을 갖고 쓴 부분처럼 보인다.


혼자서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나도 세 명이서 함께 읽고 있는 중.

일정한 양을 정해서 읽은 후 만나는 모임을 시작하게 만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방대해서 읽기 힘들었던 책.

독서토론이 아니라 읽는 행위만 함께 하는 것도 참 좋다는 걸 알게 해주는구나. ^^


< 추가 >​

1권 표지는 로마군과 사비니 족의 전투를 막아서는 사비니 여인들을 그린 것.

강제로 납치당했을 때는 돕지 않더니 뒤늦게 나타나서 가족이 된 로마군을 죽이려 든다며 울부짖는 여인들.

그냥 책 표지로 덤덤히 보다가 내용을 알게 되니 인물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2권 표지는 어떤 내용이려나.......

빨간 망토는 카이사르거나 네로가 아닐까.......

벌써 기대된다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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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 김민기가 생각하는 오래 사랑하는 법
김민기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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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민기, 홍윤화 커플의 사랑 이야기.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이토록 상투적인 표현이라니. ㅡㅡ;;) 그들의 연애담이다.


가슴 절절함.

폭발할 듯한 뜨거움.

심장을 찌를 것 같은 훌륭한 문장.

은 없다.


평범함과 순수함으로 중무장한 에세이.

페이지를 넘기면 저절로 느끼게 된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고 있구나....... 라고.


솔직하고 담백해서 참 좋았다.

게다가 얼마나 밝은가,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질 않았고,

중간중간 둘의 사진을 보며 내 딸 시집 보내는 것처럼 흐뭇함이 차오르지 뭔가. ㅎㅎㅎ

요즘 출판계 유행이 "이별"인가,

내내 이별 얘기만 보다가 알콩달콩 연애질을 보니

고구마 먹다 동치미 먹는 것 같은 개운함도 느껴진다.


사진까지 찬찬히 봐도 1시간 남짓 시간만 투자하면 다 읽을 수 있는,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픈 맘이 생기게 만드는 이야기.

나는 책에 있는 사진을 오려서 벽에 붙일까도 생각하는 중.

이들의 밝고 쾌활함이 너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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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회도 살인사건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5
윤혜숙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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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 턱없이 부족한 내 모습을 일깨운 부분부터 짚어보자.

계회도 살인사건이라길래 계회도'섬' 이나 이름 모를 비밀조직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초상화, 풍경화처럼 그림을 일컫는 말일 줄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고려시대, 조선시대 문인들의 모임인 계회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계회도"라고 한단다.

거리의 이름없는 화사(화가)들이 민화를 그린 것처럼 서민의 회갑연같은 잔치를 계회도라고 그리기도 했던 모양인데

이것이 소설의 허구인지 역사적 사실인지를 또 모른다. ㅡㅡ;;


이야기 중반에 주인공 진수와 함께 살인사건의 음모를 파헤치는 "반촌 아이"가 등장한다.

"반촌"이라 해서 양반촌이겠거니 했는데 그것이 아니로세.

성균관 주변에 거주하며 성균관의 일을 돌보는 사람들이 살던 곳으로

국가 최고 교육기관이며 공자를 모시던 곳이라 의금부 이속들도 함부로 드나들지 못했던 적이 있던 동네였단다.


청소년 문학이라고 해서 쉽게 접근했다가 혼쭐나는 기분.

그러면서 내심 흐뭇하다.

보통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빠른 사건 전개로 속도감에 휘둘리기 마련인데

속도감도 놓치지 않고 생소한 조선의 미술계를 들여다보게 만드니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잡는 것이지 뭔가.

이런 청소년 문학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읽게 해야한다, 고 소심하게 주장해본다. ㅎㅎㅎㅎ


3년 전에 일어난 아버지의 살인사건을 뒤쫓다가 알게된 계회도와 그에 얽힌 주변 사람들.

그림이 정치 권력과 이어지며 사람 목숨보다 위에 서는 슬픈 현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고 지켜보는 대쪽같은(?) 심성은 이해 불가능이다.

속된 말로 고구마 100개 먹은 기분으로 분노했던, 계회도 살인사건.


조선시대 미술계가 배경이라는 것 하나로도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재미는 덤으로 묻어가겠지만, 생소한 어휘로 고개를 갸웃할 수 있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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