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니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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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코끼리의 마음을 본 후라 그런가?

작품에서 일관되게 읽히는 작가가 보인다.

섬세하고 소심하면서 생각은 많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내서 일상으로 돌아갈 줄 아는 그런 사람.


잘 지내니 엔 섬세하고 소심하면서 생각은 많지만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는 많은 동물이 등장한다.

생일 파티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많이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생일을 전후로 더 쓸쓸해지는 모양이구나....... 라고 생각해본다. 


쓸쓸함이나 외로움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것이라 특정 시기에 집중되지 않잖아?

라고 생각할 즈음, 까닭없이 외롭고 쓸쓸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ㅎㅎㅎ

모두에게 잊혀져야겠다 싶어 나를 잊어달라는 메세지를 보내놓고, 도저히 못 잊겠다는 답을 받은 후 눈물 흘리는 개미핥기.

네가 내 생각을 안 해서 잘 지내지 못한다는 부엉이.

재능없는 노래를 동물들이 불러달라니 불러준다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나이팅게일.


파도처럼 감동이 밀려온다거나

눈물이 울컥 솟구친다거나 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없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는 기분.

전에도 이렇게 앉아 호수를 바라봤었던 것만 같은 기시감은

나도 이런 감정을 느껴봤었다는 익숙함으로 바뀐다.


'존재' 한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은 외롭다.

생일날 케잌에 초를 함께 꽂아주는 이가 있어도 외롭고,

혼자 조용히 생일을 보내도 외롭다.

누군가 나를 향해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도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즐겁지 않고

나를 향해 손가락질해도 내가 느끼지 못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이야기.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툭 내뱉는 '잘 지내니' 라는 한 마디면

우리는 또 그럭저럭 잘  살 수 있다는 짧지만 강렬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소설, 잘 지내니.


외롭고 쓸쓸했던 다람쥐에게 나타난 부엉이가 "네가 내 생각을 안 해서 못 지낸다"고 했을 때,

나도, 너도, 그도, 그녀도, 그들도, 우리도.

모두가 원하는 건 안부의 인사 하나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람쥐처럼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지 말고 ​부엉이처럼 먼저 말한다면 모두가 덜 외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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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 #성경
힐러리 톰프슨 지음, 에린 도슨 그림, 이지혜 옮김, 에드워드 더피 감수 / 그림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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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은 지식이나 정보를 표나 그림, 도형으로 시각화해서 빠르고 간략하게 표현하는 것이란다.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책을 펼치곤 비명을 지른다.

내가 원하던 바로 그것이지 뭔가.

특히 성경, 그 중에서도 구약에 꼭 필요햇던 그것.

성경을 읽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 말에 절대 공감하리라 믿는다.


아무리 옛날 번역본이라곤 해도 중구난방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언제적 사용했던 단어인가 되짚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충격적인 어휘와,

이 사람들이 몇 명인가, 동물을 몇 마리 갖고 있는가를 언제까지 읽어야 할까 고뇌에 빠지게 만드는 그것이 바로 구약.

수많은 문장 중에 핵심 문장 하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활자를 헤매야 하는 읽기 과정.

그곳에 등대처럼 등장한 인포그래픽 성경.   



서울대 입학생의 노트정리 같구나.

핵심 내용만 콕 집어내 정리한 탁월한 능력.

정리 능력도 정리능력인데 각 주제마다 도식화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기쁨과 흥분 상태로 주변에 책을 보여주었으나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아 실망이 크다. ㅠㅠ

성경을 읽으며 나처럼 답답함을 느낀 사람이 없나보다.

투철한 신앙심으로 견디며 읽었던 것인가?


이미 알고 있는 성경 내용을 정리해서 읽게 된 나는 주제할 수 없는 감정상태가 되었으나

성경 무식자인 청소년 아들은 덤덤하게 읽어간다.

"성경" 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책이라 호불호가 뚜렷하겠으나 나는 내 아이에게 '어린이 성경'보다 먼저 읽히고픈, 인포그래픽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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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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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두 번이나 앞 표지를 훑어봤다.

'이거 소설 맞아?'


아무리 봐도 에세이같은 소설, 고양이 손님.



 

'고양이 손님'은 학창시절 읽었던 한국 단편소설같다.

잔잔한 구성에 묘사가 많아서 '메밀꽃 필 무렵'을 읽는 느낌.

번개골목이라 불리는 골목과 집 구조, 정원을 정성들여 세심하게 묘사하는데 이것때문에 학창시절 국어시간 소환했으나

골목과 정원을 통해 드나드는 고양이 손님을 기다리고, 맞이했던 기억의 단편들이라

​허구라는 것이 들어선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총 스물아홉 개로 이뤄진 이야기는 장편이지만 챕터별로 작은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읽히기도 금방 읽힌다.


옆집 고양이가 손님처럼 드나든다.

고양이의 거처를 마련해주고 간식을 준비하고, 우리 집에 와서 잠도 자지만 '내 고양이'가 아니다.

싸움박질로 얻은 상처를 와서 보여주긴 하지만 치료는 꼭 자기 집에 가서 받는 고양이.

고양이의 부재를 견디지 못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애정을 쏟았지만 그는 끝까지 "손님"으로 남았다.

안채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애정을 쏟고 마음을 나누고 정이 들어도 언젠가 헤어져야 하는 삶.

사람도 짐승도, 보기 좋았던 안채의 정원과 골목, 느티나무까지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인생.

안채 할머니의 가르침대로 "항상 티내지 않는 배려 속에서 자연스럽게 행동" (72쪽) 하면서,

우린 손님처럼 다녀가고 손님 맞이하듯 배려하며 사는 것이리라. 


골목에 살았던 추억이 있는 나는.

골목이 주는 따뜻함과 안정감을 기억한다.

옥상을 통해 연결되었던 옆집과, 한 지붕 아래 모여 살던 여러 가구의 삶도 안다.

고양이를 통해 들여다보게 된 골목 안 풍경.

그곳에 내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서

내가 싫어하는 묘사를 잔뜩 풀어놨음에도 불구하고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던, 고양이 손님.

단순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니 고양이 이야기에 지친 분도 겁내지 마시라. ㅎㅎㅎ

 

고양이는 엄청 싫어하지만 이상하게 내 정서에 잘 맞았던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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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2 - 지치지 않는 교사들의 아름답고도 세속적인 독서교육 배우는 사람, 교사
경기도중등독서교육연구회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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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도 몇 날, 머리에 떠도는 생각이 너무 많아 정리가 되질 않는다.

가슴에 돌덩이를 얻어맞은 기분.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는 실용서적이자 전문서적으로 분류하는 게 맞겠다.

"함께 읽기"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과 자극이 될 것이 분명하고

나처럼 방향을 잃고 헤매던 사람에겐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을 것이 확실하다.



1. 현직 중고등학교 선생님 집필

현재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실제 수업 내용이 들어 있다.

독서교육이 날로 강조되며 수업시간에 '독서' 과목(?)이 들어간 세상.

홀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함께 읽기를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고민의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겼다.

30여 명의 청소년을 앉혀놓고 독서와 토론과 쓰기 수업이라니.

나는 생각만 해도 진이 빠지는데 우리 선생님들은 치열하게 그 작업을 해내고 있었다.


2. 이론이 아니라 현장의 생생한 증언

혼자 하는 행위인 '독서'가 수업으로 연결되기까지 선생님의 고민이 살아있다.

어떤 책을 어떤 방법으로 수업에 연결시켰으며 그 결과물이 어떻게 나왔는지까지 모두 싣고 있다.

계획서도 공개했고 책 목록과 아이들이 쓴 글까지 모두.

'함께 읽기' 작업을 하는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장담했던 까닭이 바로 이것.

학교 선생님은 물론 사교육 논술 선생님, 집에서 아이를 스스로 지도하는 엄마들도 환영할 자료다.


3.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혼자 읽을 땐 더디고, 포기하고 싶단 생각을 하기도 전에 포기하지만 "함께​" 라면 중간에 포기할 수가 없다.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 앞에서 결과물은 크게 중요치 않다.

책 읽으라는 잔소리가 사라지고 함께 읽어내는 과정을 즐기는 건 덤.

그림책을 읽으며 역사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과

시(詩) 를 읽으며 토론하는 선생님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역사 선생님이 책을 선택하고 이야기 나눌 주제를 선정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과정까지 준비하시다니.

'열정' 이란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애정과 노력에 가슴이 뭉클하다.


시로 토론하는 수업은 어떻고.

아는 사람은 안다, 시로 토론하고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 과정을 기꺼이 즐기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잘 가르치는 선생이 되기보다 무엇을 가르칠 선생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아름다운 선생님들을 만났던 시간.

자신들의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는 마음은 또 어찌해야 할런지.

고맙고 고마운 선생님들.


이 고마운 마음을 어디로 전해야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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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능동태다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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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 9,500원.

87쪽짜리 책.


이 책은 과연!!!!

나름 저렴(?)하니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가져올 것인가

가성비 떨어지는 책으로 평가받아 비싸다는 오명을 덮어 쓸 것인가.



 

저자의 흥분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느껴진다" 라고 쓰면서 움찔움찔. ㅠㅠ)

저자의 흥분이 느껴지면 대개의 경우 책에 대한 흥미와 재미는 떨어지기 마련.

그러나 "우리말은 능동태다" 는 함께 흥분하게 된다.


우리말(부러 "우리말"이라 부르는 중)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바로 나의 것.

한자 어휘에 관한 생각도,

수동태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나도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것이 더 무서움),

"우리" 라는 표현의 지적질에 대한 반감도,

모두 나와 같다.

나는 이런 반감을 가슴 속에 품고만 있었지

열심히 공부해서 나 혼자라도 제대로 써보겠단 생각조차 없었는데,

저자는 책으로 써서 세상에 내놓았다.

손 닿지 않던 그곳이 가려워 미칠 것만 같았다가 만난 효자손의 기분이랄까.


저자가 많은 부분 지적했고 나 역시 문제의식은 있지만, 실제로 틀리게 사용하고 있음을 안다.

지금까진 신경써서 쓰기 싫고 습관적으로, 내 눈에 익은대로 사용했지만

지금부턴 내 행위에 제동을 걸련다. (지금도 얼마나 조심하고 있나 모르겠음)


보다 - 보이다 - 보여지다. (책 35쪽)

위의 세 단어 중 틀린 것은 무엇일까?

우리말은 피동사가 존재한다.

필요한 경우엔  피동사를 사용하면 되지 수동태를 만들 필요가 없다.

그래서 흔하고 쉽게 사용하는 "보여지다" 는 맞는 표현이 아니다.

"보이다"는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니 사람이 주어가 되고

"보여지다"는 사물이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니 사물이 주어인 수동태가 되는 것.

주어가 사람인 우리말은 사물을 주어로 세우는 수동 표현이 필요없다는 주장.

이 말이 어찌나 감동적이었는지 덩달아 흥분했다. ㅎㅎㅎㅎ


책값 9,500원에 87쪽.

내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선물하기로 결정한, 우리말은 능동태다.

말 한 마디에도 책임감을 담는 주체적 인간이되, '우리' 로 묶어 친근함을 맘껏 드러내는 따듯한 품성이 담긴 우리말.

우리말은 능동태지 수동태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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