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는 계단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03
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없게 읽었던 어떤 책과 비슷한 표지에 제목도 비슷한 계단.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이라는 스티커만 없었어도 외면했을 책.

그렇게 외면했으면 엄청나게 후회했을 책.



 

재미있다.

참신하다.

탄탄하다.

의미있다.

내스똬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열세 살 친구 셋.

책 한 권의 소재가 되고도 남을 아픔을 가진 아이들인데 참으로 씩씩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지지자의 역할이지 실제적 도움을 주고받진 않는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어디쯤에 위치했지만 한 명, 한 명이 오롯이 하나의 인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 좋다.


그렇게 하나의 인간으로 7층 할머니를 만나게 된 홍지수.

먹지 못하던 우유를 할머니 덕분에 마시게 되고

좋아하는 물리학 이야기를 나누며 정이 쌓일 즈음 할머니가 사라진다.

나중에 읽어보라며 영어로 된 논문과 '코스모스' (뚱땡이 과학책 맞음)만 남겨두고 7층과 1층 계단 사이 어디에선가 증발(?)했다.

실종이네 살인이네 말도 많았지만 말만 남고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지수에게 전해진 할머니의 메세지.


미스테리 + 추리 + 과학이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다.

하고픈 얘기는 너무 많은데 여차 잘못하면 스포가 되는데다 읽는 재미를 반감시킬까 싶어 조심조심. ㅠㅠ

나의 빗나간 추리만 고백하자면,

홍지수가 만난 7층 할머니는 미래에서 온 홍지수였다고 확신했으나 아니었음.

혹시 '우주로 가는 계단'을 읽으며 홍지수가 그 할머니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면 얼른 생각 접으시길. ㅎㅎㅎ


지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친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내가 그 미친 속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지구가 크다는 걸 새삼 깨달았으며,

스티븐 호킹과 아인슈타인과 갈릴레오의 연결 고리에 인연이란 건 정말 있나보다, 라며 두 눈을 반짝였다.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물리학이라니.

이런 식으로만 접근하면 물리 공부 거저 하겠단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저자가 참고했던 물리책 목록을 깡그리 적는다.

나도 읽어야지. ^^;;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져 읽는 내내 맘이 푸근했던, 우주로 가는 계단.

5학년, 6학년 친구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재미있으니 어른에게도 추천. 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 자유 자유 - 2017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사회탐구 그림책 7
애슐리 브라이언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

흑인 노예.

실제 존재했던 노예매매 문서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

아메리카 대륙으로 팔려온 흑인 노예 얘기라면 알 만큼 알고 있는데도 기분이 묘하다.


농장 주인이 죽은 후 농장을 팔기 위해 농장의 가치를 평가받는 문서.

그 안에 흑인 노예가 포함되어 있다.

100달러, 150달로, 300달러...... 로 가격이 정해진 흑인 사람.

노예로 살고 있는, 노예로서의 현재 삶을 스스로 말한다.

뒷장엔 노예가 되기 전 그 사람의 삶과 꿈에 대한 서술이 나온다.

하나의 인간이 가진 두 개의 이름.

하나의 인간이 가진 두 개의 삶.

내 의사는 상관없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에 의해 정해진 나의 새 이름과 역할과 몸값.

살인적인 폭력 앞에 놓여있지만 자유를 꿈꾸고 자유를 노래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같은 인간을 짐짝처럼 다룰 권리를 누가 줬는가.

왜 그들은 그토록 오만방자했고 부끄러움도 몰랐는가.

왜 아직도 세계는 그토록 오만방자했던 그들의 것을 선진적이라 이야기하는가.

아이들 동화책을 보며 치솟는 분노를 다스릴 수가 없다. ㅡㅡ;;


사람은 사람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

인종, 성별, 학력, 나이, 지위...... 에 따라 차별받거나 함부로 대접해야 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잡일을 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더라도 한 사람으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철학이 담긴, 자유 자유 자유.

다 읽고나면 제목처럼 '자유 자유 자유'라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읊조리게 된다.


그림책이지만 자유와 인권과 존중에 관해 이해하려면 중학년 이상이 읽어야 할 것 같고

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손색이 없겠다.

글밥도 생각보다 많아 만만하게 보면 다칠 수 있음. ㅎ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 - ‘장사의 神’ 김유진의
김유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은.

한쪽 구석에 쳐박아뒀던 책이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로만 느껴지는 "장사'.

거기에 요새 유행(?)하는 "콘텐츠"를 넣어 적당히 버무린 - 그렇고 그런 책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랬는데!!!


이건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

첫 문장부터 색칠 시작이다.


 


비즈니스는 설득이다.

세상에 영업 아닌 일이 없고, 서비스가 아닌 일이 없다.

그림자도 밟지 말라했던 존재인 - 선생님들조차 교육 서비스 종사자로 불리는 세상 아니던가.

유형, 무형의 무언가를 파는 그것이 바로 비즈니스고, 비즈니스의 핵심은 상대방의 마음을 내게로 돌리는 설득이다.

그 설득의 과정을 쉽고 구체적인 설명과 실제 콘텐츠가 적용되는 사례를 들어 보여주니,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설득당한다.


앞으로 장사 계획같은 건 없고,

장사에 관심도 없지만.

이 책은 너무 재미있구나.


제목이 '장사, 이제는 콘텐츠'라고 말하지만 물건을 팔고 사는 광범위한 장사를 모두 다루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콕 찝어 음식점만 이야기한다.

책을 덮을 땐, 음식점 하나로 책 한 권을 써낼 수 있는 콘텐츠 기획력에 경의를 표할 지경.


음식점 사진 찍는 방법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메뉴와 진배없이 음식 정보를 제공하는 사진이 아니라

사진 하나로 음식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

글로 설명한 것을, 사진으로 비교하니 '사진에 담아야 하는 콘텐츠' 를 이해하지 못해도 적용시킬 수 있겠다.


사진 찍는 것이 기초 단계라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고급 단계.

단체예약 펑크낸 손님에게 이유를 자세히 묻고 커피 쿠폰을 보내주는 고객관리 방법이라든가,

고깃집에서 손님이 불편할 부분이 무엇인지 미리 고민해 옷 보관법을 고안하고,

똑같은 반찬을 놓더라도 김치를 직접 상에서 찢어주면 퍼포먼스가 되거나 어릴 적 기억을 건드리는 스토리를 가진 식당이 된다는 것.

고가의 장비를 투자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사용 시간과 투자 비용을 비교해 하루 단위로 계산해주는 장비의 가격을 보면 나는 사장 그릇이 아닌 게 확실하다는 생각만 든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만 좋았던 것이 아니다.

시원시원하게 큰 글자(요즘 눈 때문에 책 보기가 많이 불편. ㅠㅠ), 넉넉한 여백.

핵심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보기에도 좋았던 사진.

내가 좋아하는 "음식" 관련 이야기면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넘쳐나는 콘텐츠들.

내가 직접 도움을 받간 어렵겠으나 여러 모로 자극이 되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모든 면이 맘에 들었던,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정하윤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커튼콜.

무대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린 뒤 박수를 쳐서 공연자들이 다시 나와 인사하는 것.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30인의 한국 현대미술가를 불러내서 박수쳐주는 책.

아낌없이, 망설임없이, 커다란 객석에 나 혼자일지라도!!!!!!!

기립박수를 쳐주겠다.


30인의 미술가와 더불어 저자 정하윤에게도 박수치겠음.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었고, 이끌고 있는 미술가를 시대 순서대로 소개한다.

대표작을 싣고 그림 이야기부터 시작.


비례, 색감, 터치, 묘사 등 그림 자체의 기술적인 면을 놓고 설명한다.

그림 속에 담겨 있는 화가의 삶과 가치관을 알려줘 감상의 폭을 넓힌다.

대중의 눈을 사로잡지는 못했으나 미술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 - 우리가 몰랐던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 개인의 의견을 담아 미술작품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신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시대 순서대로 서술하니 미술이 사회를 어떻게 반영했나 한 눈에 보여 이해도 쏙쏙.



 


페이지를 넘겼을 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던 페이지.

아는 작품이 나왔다. ㅎㅎㅎ

아는 작품은 알아서 반갑고,

처음 보는 작품은 알게 되서 기쁘구나.


저자가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을 적극 추천해서 당장 떠날 계획이다.

책을 활자로만 읽고 그림을 눈으로만 보는 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는 센스.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이 아니라 커튼콜 정하윤이라 해야하나? ㅎ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자신이 살았던 집을 만든 작품인데 천으로 만들어 허공에 띄웠다고 한다.

"이동"이라는 주제를 드러내는데, 사용한 재료와 전시 방법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

자신이 살았던 한옥과 미국의 집이 어떻게 이어지는가 설명을 읽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명이 없었다면 '잘 만들었다'고 의미 없는 감탄만 하고 지나쳤을텐데.

아는만큼 보인다고,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이다.



 

어렵지 않다.

꽤 많은 작품이 실렸고 눈에 익은 것도 많다.

무엇보다 저자의 겸손한 말투가 참 좋았으며,

작품 하나 하나, 미술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갖고 있는 애정이 느껴져 괜시리 내가 흐뭇했음. ㅎㅎㅎ

무엇 하나 아쉬운 점이 없었던,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저자가 추천한 미술관 나들이로 2019년 여행 계획은 끝!!!!

여러 모로 마음에 드는구나 이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주인공이야 상상놀이터 7
로이스 로리 지음, 미디 토마스 그림, 이어진.이금이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겉 표지만 얼핏 보면 삐삐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TV 영화로 봐도 재미났고 책으로 읽어도 재미났던 유일무이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은 독보적 존재, 삐삐.


'내가 주인공이야'의 주인공은 삐삐 류의 독보적 캐릭터는 아니다.

남다른 패션 취향을 갖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남다른 취향일 뿐.


전학생(이름이 도통 입에 붙지 않는 "구니 버드")이 매일 자신의 이야기를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양탄자를 타고 차이나에서 왔다고 하니 허풍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시작되어 재미난 일과가 되어버린 것.

자신의 고양이가 암소에게 사로잡혔다 하고,

교향악단을 지휘하느라 지각했다는 구니 버드.

그러나 구니 버드는 거짓 없이 자신이 겪은 일만 이야기한다는 사실!!!


전학생은 선생님이 글쓰기 수업을 시작할 때 등장한다.

구니 버드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야기"에는 등장 인물과 사건이 필요하고,

긴장감을 위해 적당한 생략도 중요하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사소한 일상이 어떻게 관심을 끄는 재미난 사건으로 바뀌는지 '가르침' 없이 배우게 되는 책.

평범한 하루같지만 그 속의 내가 관심을 끄는 주인공이 되는 비법(?)이 담겨 있다.

생활 속 작은 에피소드가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겠고.


어른이 보기엔 재미보다 어수선한 느낌이 먼저일 수 있는, 내가 주인공이야.

책 내용은 한없이 톡톡 튀었는데 이렇게 딱딱한 리뷰라니.

씨가 말라버린 나의 동심이 안타깝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