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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케 -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비밀
마이크 비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어른들은 말한다.
세상에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없고,
행복은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 모든 게 맘먹고 해내겠다는 의지에 달렸다고.
나도 아이들에게 똑같이 말하지만,
개개인의 의지보단 주어진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기 싫어 아름답게 포장해서 말하지만 관념적 행복론은 질색이다.
적어도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이 정도는 되야 납득이 되고 공감하지.
내가 생각했던 바로 그것을 이쁘게 써낸 책, 리케.
덴마크어로 행복이 리케란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의 리케 얘기.
아주 그냥 내 맘에 쏙 들었던 책인데........
<세계 행복 보고서> 평가 기준인 여섯 가지 항목(공동체 의식, 돈, 건강, 자유, 신뢰, 친절)에 맞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비밀"(리케의 부제)을 꺼내녾는다.
행복에 편차가 생기는 원인의 80%는 국가에 기인하지만
삶을 대하는 개인의 태도와 관점 역시 영향을 미치므로 둘을 함께 살피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못박는 저자.
그러나 책을 덮을 땐 국가 정책과 개인의 태도가 정말 별개의 문제일까 물음표를 찍게 되고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덴마크로 떠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루지도 못할 꿈을 꾸게 된다. ㅡㅡ;;
누군가 내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행복하다고 대답을 못한다.
불행하지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상태.
행복하지 않다고 하면 잘못 살고 있는 느낌이 들고, 우울증은 아닐까 의심하는 행복 강박증.
리케를 읽으면서 왜 내가 이런 상태에 놓여있는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같이 술 먹고, 놀러다니고, 쇼핑하던 친구들.
그들과의 연결고리에 돈이 따라다니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인간관계가 끊어지고야 만다는 것.
그러니 돈과 상관없이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돈 없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모임을 만들라고 충고한다.
형편이 어려워지면 연락을 끊고 잠수타는 사람을 많이 보았고, 나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려움에 처한 그들을 흔쾌히 돕거나, 반대로 도움 받을 수 있을까?
유사시 친구들에게 도움받을 수 있을 거란 질문에 덴마크 사람은 95.5%가 한국 사람은 75.8%가 그렇다고 응답했단다.
함께 삶을 영위하고 의지가 되는 공동체의 존재 역시 행복감을 느끼는데 중요한 요소인 것.
이 공동체 의식은 친하고 좋은 사람들만의 협소한 관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버는 돈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해서 공공을 위해 사용해도 좋다는 광의도 포함한다.
행복 연구소를 운영하는 저자는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며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을 안내한다.
또 정책이나 특징적 문화를 국가별로 정리해주기도 하고 실험 결과를 인용해
행복이란 게 결코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님을 - 우리가 스스로,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경쟁보다 협동이 중요하다고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의자 뺏기 게임을 하지 말고 의자에 함께 앉기 게임을 하라는 식으로 실제 활용할 팁을 주는 방식.
(5명이 의자 4개, 못 앉는 사람이 게임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그대로고 의자만 하나씩 빼서 의자 2개에 5명이 앉는 것)
하나씩 실천하면 평생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ㅎ
반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장벽이 더 크게 느껴져서, 덴마크가 부러워 짜증도 나고.
내용도, 구성도, 편집도, 그림도, 사진도, 도표도, 글도 너무 좋았던, 리케.
여러 생각이 밀려와 리뷰가 한없이 가라앉았지만 누구에게든 부담없이 적극 추천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