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의 이별 선물 - 아이에게 죽음의 의미를 따뜻하게 전하는 그림책 I LOVE 그림책
수잔 발리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이랑 동화책을 자꾸 챙겨서 읽는다.

추천할 사람도 없고, 읽어줄 사람도 없고, 다 읽은 후에 물려줄 사람도 없는데.

그림책이 주는 위로에 기대는 마음에 방점을 찍는 책, 오소리의 이별 선물.

집에서 혼자 읽었으면 또 눈물 찔찔 짰겠다.



 

오소리가 터널 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죽음을 긴 터널 여행이라고 말하며 동물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설명하는 어른.

고요한 밤, 편지 한 장 남기고 차분히 여행을 떠나는 오소리는 지팡이도 버리고 터널을 내달린다.


오소리가 긴 터널 여행을 떠나게 됐음을 알게 된 동물들.

오소리는 슬퍼하지 말라고 했지만 동물들은 견딜 수 없었다.

두더지는 두더지대로,

개구리는 개구리대로,

여우는 여우대로,

토끼는 토끼대로,

각자의 추억 속에 남은 오소리를 떠올리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이야기.


구구절절, 이러쿵저러쿵 말 많은 책을 보다가

간결하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그림책을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덤덤하면서 지혜롭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오소리와 동물 친구들의 모습은

마음의 평온과 더불어 큰 깨달음까지 주니 철학서 10권 읽는 것보다 낫구나.

'죽음' 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이토록 따뜻하게 그려내니 상을 받았겠지?


혼자 보기 아까워 중1 아들놈도 잡아다 읽힌다.

녀석도 군소리 않고 보더니 조용히 방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ㅎㅎㅎㅎㅎ

그림책이지만 6-7세는 되어야 대강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초등 저학년까지 적극 추천.

우리 애 반응을 보니 청소년에게 추천해도 좋겠음.

나처럼 죽음을 화두로 삼은 성인에게도 추천할 수 있겠는, 오소리의 이별 선물.


그림책이지만 소장하기로 결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유정식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무엇이냐고 묻지 마시라.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가 제목이니까.

내용도 정직하다.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임. ㅎㅎㅎㅎㅎ

 

 

'에고라는 적'을 통해 이미 만났던 저자.

별 것도 아니지만 일반적이지도 않았던 시각이 신선했던 기억이 있어 기대가 컸다.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내가 크리에이터가 아니어서 유용한 안내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뿐.



 

여기서 말하는 '크리에이터'는 창작을 하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그 창작자는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음악을 만들거나 책을 쓰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책 초반엔 물건을 만드는 사람도 포함시키듯이 말했지만 아무래도 문화, 예술 쪽으로 집중된다.


책은 크리에이터가 아이디어를 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과정에서 시작해 세상에 알리는 작업까지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눠서 안내한다.

시선을 끌었던 부분은 아이디어가 작품으로 조된 후 "포지셔닝" 하는 과정과 마케팅 이후 "플랫폼"을 만드는 것.

포지셔닝은 창작물이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지셔닝이 끝나면 그 창작물을 무엇으로 보이게 할지(책으로 치면 표지 디자인), 어떤 이름으로 부를지(제목 만들기)를 결정한 후 마케팅으로 넘어가는데, 크리에이터는 이 과정에도 창작에 쏟은 만큼의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플랫폼.

흔히 플랫폼이라고 하면 소셜 미디어를 떠올리지만 그보다는 좀 더 광범위하고 복잡한 "도구, 관계, 접근, 목표 대상"이라 보겠다.

나의 창작물이 세상에 퍼져 나가게 만드는 모든 것이라고 이해했는데 맞을까 모르겠네. ㅡㅡ;;

플랫폼.... 부분을 읽으며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가 떠오른다.

창작물을 소비만 하는 소비자를 넘어  SNS를 통해 전 세계가 함께 마케팅을 해내고 저자가 말하는 제국을 건설해 든든한 지지자가 되는 그것 - 이것이 저자가 말하고픈 플랫폼이 아닐까 싶은데. (아님 말고)


내용이 어려운 책은 아니다.

네 개의 큰 주제 안에 소제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고 그에 맞춰 부연설명하는 방식이라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나 쉽게 읽히지 않는다.

원문을 가급적 그대로 살리려고 했다는 느낌.

내가 '창작물'이라고 썼던 부분을 책에선 '프로젝트' 라고 말한다.

개념이 모호한 경우, 우리 말로 정리해서 바꾸기보단 단어와 문장을 원문 그대로 사용한 듯.

덕분에(?) 자의적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도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이해한대로 내 맘대로 리뷰를 쓰는 사람인데 저자의 의도를 왜곡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많았던,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

이 책은 직접 읽고 이해하는 것이 낫겠다.

무어라 팁을 주거나 설명하기 곤란하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팬티 예쁘지? 토이북 보물창고 10
프랜 마누시킨 지음, 발레리아 페트로니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색된 책은 몽땅 버리고 깨끗한 책은 여기저기 나누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책이 몇 권 있다.

누리가 좋아했고 내가 즐겨 읽어주던 책들.

얘들은 책이 아니라 추억 아니겠는가.

결국, 다시 책꽂이에 안착.


추억 소환 기간 중에 옛날(?)을 생각하며 고른 책 하나, 내 팬티 예쁘지?

기저귀 버리고 팬티 입자는 내용.

오랜만이다 두툼한 보드북. ㅎㅎㅎㅎ


 팬티는 형아들이 입는 거란다.

요일별로 모양별로 가지각색 팬티의 등장.

기저귀 차고 기어다니는 동생은 저리 가라, 팬티는 형아들만 입는 거라는 간단 명료한 내용.

총천연색으로 요맘때 아이들 마음을 정확히 저격한다.

'이런 거 형아들만 하는 거야' 라는 말이 갖는 위력이란. ㅎㅎㅎㅎㅎ

예전에 읽혔던 책들보다 직접적이지 않으면서 행동을 촉구하는 세련된 메세지 전달법.

그림책도 많이 달라졌구나.


누리 기저귀 뗄 때도 이런 그림책을 읽어줬더랬다.

그림책을 보고 또 보면서 따라하는 아이들과 따라하도록 종용하는(?) 엄마들.

그러는 사이, 단순히 기저귀를 더 차고 그만 차고가 아니라 추억이 쌓이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될, 내 팬티 예쁘지?


서방도 이 책을 보더니 쭈그리고 앉아 읽는다.

눈으로 다 읽고는 소리내서 다시 읽는다.

예전에 진짜 많이 읽어줬는데.......

오래간만에 듣는 서방 책 읽는 소리도 참 좋고.

가슴이 뭉클. 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를 먹으니 연륜이란 것도 생기지만 편견이란 것도 늘어난다.

책 제목만 보고(책 소개는 읽지도 않고. ㅡㅡ;;) 맘대로 판단, 읽기 목록에서 지워버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도 확대 중인 편견 중 하나.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역시 제목만 본 후, 그렇고 그런 - 흔해빠진 에세이려니 넘겨 짚고 포기하려다,

늙어가는 나의 엄마 생각에 효녀 코스프레 차원에서 선심쓰듯 집어들었던 책.

근데 이거 안 읽었으면 엄청 후회했을듯.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제목만 보고 분명히 뻔한 에세이일 거라고 넘겨짚었지만 소설.

심지어 저자의 나이가 만 14세.

일본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12세 문학상'에서 초등학교 4, 5, 6학년 내리 3년간 대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최연소 천재 작가"다 뭐다 극찬이 이어지니 당연히 삐딱해져서 '얼마나 잘 썼나 보자' 라는 맘이 스멀스멀.


책을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다.

23쪽, 다시 태어나면 뭐가 좋겠냐는 딸과의 대화에 "먹고 배설하고 그냥 사는 거야. 삶의 보람이니 의무니 과거니 장래니 일이니 돈이니 하는 것과 관계없이 단순하게 살다가 죽는 게 좋겠어." 라는 엄마의 대답부터 무장해제, 저자의 천재성을 인정한다.

엄마의 고단한 삶을 이 정도로 이해하고 엄마의 언어로 풀어낼 줄 안다면 천재는 몰라도 작가적 역량은 갖춘 것 아니겠는가.


청소년 문학은 일부러 챙겨서 많이 읽는 편이다.

처음엔 내 아이에게 읽으라고 권할 책을 찾는데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맘에 드는 청소년 문학을 찾고픈 개인적인 욕심이 앞선다.

진로, 친구, 왕따, 자존감, 미래, 방황, 자살, 현안이 되는 사회문제 언저리를 맴도는 소재의 한계와

그로 인한 뻔한 주제, 교훈적 메세지는 책맛을 뚝 떨어뜨리기 일쑤.

가르침 없이 재미나고 편하게 읽으면서 작품성도 좋다고 말할 작품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러다가 이번에 눈이 번쩍 뜨이게 만난 좋은 작품. ㅠㅠ


주인공 '하나'는 아빠 없이 엄마와 둘이 산다.

엄마는 노동판에 나가 일을 하고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반값 스티커가 붙은 음식을 사다 먹는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친한 친구들과 놀이동산에 가고 싶어도 비싼 입장료때문에 가겠다는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형편.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은 이런 '하나'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 & 연작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도대체 나의 아빠는 어떤 존재인가 궁금하지만 차마 묻지 못하는 마음.

아빠에 대한 상상의 나래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슬프지 않고 미소짓게 만드는 천진함.

엄마의 재혼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와 아까운 복숭아 네 개. (난 그 복숭아가 너무 아까웠다. ㅠㅠ)

가을에 은행 열매를 주우러 다니는 모녀가 만난 친구 가족의 모습과 그들만의 추억 만들기는 시종일관 밝고 유쾌하고 건강하다.

청소년이 직접 말하는 자신의 이야기는 슬프지도, 감성을 자극하지도, 삶의 자세를 가르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른답지 않게 반응한다.

참 좋다.

어른이 쓰는 청소년 이야기와는 결이 다른 소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적극 추천.

두 번째 소설 시작이 앞의 소설과 겹치는데, 문장이 눈에 띄게 달라서 화들짝 놀란 거 말곤 모두 맘에 들었음.

만 14세 작가, 천재인 거 맞음. ㅎ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준비하지 못한 나이 듦.

젊은 사람이 늙음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미리미리 준비한다고 해봐야 연금이나 보험같은 경제적 부분이겠지.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나이를 먹어 늙는다는 건 생각지 못한 일이 너무 많이 벌어져 '슬픔'을 동반한다.

오죽하면 나이 듦의 심리학까지 등장하겠는가.


 

노후를 준비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는 경제적인 것이다.

저자 역시 경제적인 부분에서 파생되는 "정년"의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서 정년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고정 관념인 성 역할에 대한 정년도 의미한다.

더 이상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되고 폐경을 맞아 호르몬에 변화도 생기고.

사회적 위치의 변화만이 아니라 신체적 변화도 함께 찾아오는 시기.

내 마음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기억력이 떨어지고 살이 붙어 맞는 옷이 없어지고 이성의 시선도 사라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설 곳, 맘대고 쓸 돈은 사라지는데 맘은 청년일 때와 다르지 않은 상태의 괴리감과 나 자신이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 전에 이미 '나이 든 사람' 취급을 받는 슬픔을 아우른다.

나이 들어 바뀌는 상황을 세세하게 항목별로 나눈 후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친절하게 돌려서 이야기하는, 나이 듦의 심리학.


내가 병들면 병수발은 며느리가 해야 하나 아들이 해야 하나...... 나도 생각해봤던 문제다.

고령화 사회의 시작점 언저리에 살고 있는 관계로 나이 든 부모의 수발은 내 몫인 - 부모 수발 들고 자식한테 버림받기 좋은 세대.

일본 사회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읽고나면 씩씩하게 늙음을 받아들이고 제2의 인생을 펼칠 계기가 될 거라 기대했건만, 실패.

하기사 나이 앞에 장사 없다고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일에 요령이나 기똥찬 방법이 있을 리 없지.

모두가 비슷한 상태이고 이 시기를 슬기롭게 잘 넘겼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특히 건강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나이 듦에 왕도 없음을 인정하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