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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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의 C.J튜더 작품.

초크맨을 워낙 재밌게 읽어서 망설임없이 집어든다.

애니가 돌아왔다니, 제목은 초크맨보다 더 근사(?)하지 않은가. ㅎㅎㅎ



 

애니가 돌아왔다 역시 잡자마자 다 읽었다.

가독성이 뛰어나다고 말하긴 어려운데 새벽까지 잠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젠 밤새서 책 읽는 거 너무 힘들어. ㅠㅠ)

장르소설이 가벼운 문체를 바탕으로 사건에 집중해 속도전을 자랑하는 책이 많지만 얘는 아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서사가 있고

그 사이에 서로 미묘한 얽힘이 존재하는데

누구 하나 의심 안 가는 놈이 없으니 자칫하면 실마리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불안감을 조성한다.

치밀한 구성, 완벽한 서사, 번역마저 나무랄 곳이 없이 후반부까지 밀려간다.


기울어버린 탄광마을 고향으로 돌아온 조지프 손 선생님.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여선생님의 후임으로 귀향해서 그 살인과 자살 사건이 일어난 집에 들어가서 산다.

그리고 그의 동생인 '애니가 돌아왔다'는 메세지를 받으며 시간은 과거와 교차.


지난 시절 친구들을 괴롭혔던 스티븐 허스트는 지역 의원이 되어 승승장구 중이고,

그의 아들 제러미 허스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생으로 손을 맞이한다.

과거는 끝나지 않고 현재로 이어져

친구가 떨어져 죽은 건물 터에 앉아, (옛날처럼) 폐광과 아이가 사라졌다 돌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애니가 사라졌다 돌아온 후 변한 것처럼 엄마에게 살해당한 아이도 사라졌다 돌아왔고

애니처럼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던 것.

도대체 그 때는 무슨 일이 있었고, 지금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떡밥이 어마어마하다.

벙민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


결론을 내리자면

아이들의 사악함과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동심이 불러온 파국이라 하겠는데..........

찜찜하군.


나는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이야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하이퍼 리얼리즘이 더 잘 맞는데, 애니가 돌아왔다는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분위기가 가미되었다.

그래서 뚜껑을 덮어버린 변기는 사실인 건지,

왜 거기엔 유골이 모여 있었던 건지,

스티븐 허스트가 아내의 병을 고치겠다고 장담했던 거랑 애니의 상처가 사라진 건 연관이 있는 건지,

풀리지 않은 숙제가 한가득. ㅡㅡ;;


나를 밤새 읽게하더니 미궁으로 몰아넣고 유유히 사라진, 애니가 사라졌다.

전작 초크맨보다 이야기 정리는 깔끔했으나 찜찜함은 한보따리.

그럼에도 불구, 다음 작품까지 반드시 챙겨 읽으리라 다짐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가 C.J 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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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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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이 아니다.

책의 분류는 인문 교양서라고 하는데 나는 역사 에세이라 말하고 싶다.

기존의 역사서처럼 시간 순서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 개인의 이야기를 섞어 역사에 접근하니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다.

총 네 개의 큰 주제를 잡고 그 안에 작은 챕터를 다시 나눠 주제에 맞는 인물이 등장하는 방식.

위인전인데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오고,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찔러 현재 삶에 적용한다고 볼 수 있겠다.


재미보단 감동이 한가득.

이름 없는 '아무개'들은 용감하게 전투에 나선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떨며 싸움에 나섰다고,

변변한 무기 하나 없이 맨 몸으로 총알 앞에 나서는 그들.

너무 두려워 부적을 품고 전투에 나갔다는 동학농민운동의 마지막 우금치 전투 얘기에서 어떻게 재미를 찾겠는가.


전 재산을 일본에 들키지 않게 급히 처분해도 현재 돈으로 600억 가량.

이 돈을 들고 만주로 가서 학교를 세우고 3년 만에 쫄쫄 굶는 신세가 되었으나

나라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이회영 선생님 가문 이야기에 어떻게 감동을 받지 않겠는가.


희대의 팜므파탈의 대명사가 된 '어우동'이 당한 차별적 처벌,

가정이 있는 남녀가 만난 불륜이었음에도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것은 여자인 나혜석 하나였던 과거가

지금은 달라졌는가 의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반성하는 저자 앞에 나는 당당한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나버린 과거.

외울 것 많은 피곤한 과목.

이거 배워서 어디다 써먹냐고 한숨만 나오는 것이 역사가 아니다.

지금도 살아 숨쉬는 시간,

내 삶의 지표가 되어줄 소중한 경험의 산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줄 단초가 바로 역사고, 이것이 역사의 쓸모다.


 

 

 

글은, 글을 쓴 사람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는 그 사람 본연의 색.

역사의 쓸모엔 최태성이라는 - 인생에서 정점을 찍고 터닝포인트에 선 사람의 깊은 고민이 보인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역사 속 인물을 찾아내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로를 위로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글을 쓴 것 같아 울림이 깊고 크다.

진심이 담긴 말의 힘, 그리고 그가 전하는 역사는 정말로 쓸모가 있더라는 것.


본문 내용에 현재를 같이 살고 있는 인물도 좋지만 역사 속 인물을 멘토로 삼으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 자신의 삶을 통해 모든 것을 검증한 역사 속 인물이야말로 안전(?)하고 확실한 멘토가 아니겠냐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리고 그가 소개하는 인물은 유명세는 없으나 분명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인물들이니 믿고 참고해도 되겠다.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선 사람들,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 강력 추천하고픈, 역사의 쓸모.

역사책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역사의 쓸모를 찾아주는 책이니 부담없이 읽어도 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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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챔피언 - 경쟁 없이 지속가능한 시장을 창조하는 CSV 전략
김태영.도현명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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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 이론의 실전 전략서.

다음 세대를 주도할 기업의 나아갈 방향과 구체적 전략을 제시한다.

경영전략서는 처음 접한 것 같은데, 어렵지 않고 재미나서 붙임딱지가 덕지덕지.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기쁨을 오래간만에 느꼈던 시간.


CSV 이론은 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 창출), 즉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경제적 가치로 연결되느냐에 관한 이론이다.

기업이 사회의 요구와 어려움을 해결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한다는 것.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뱅크가 대표적인 예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 그중에서도 아이를 가진 여성에게 무담보로 소액을 대출해 빈곤을 벗어나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그라민뱅크는 말 그대로 은행이지 정부 기관도 NGO 단체도 아니었다.


국토는 넓으나 도심에만 은행이 몰려 있어 도심 이외의 지역에선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저개발국가 케냐.

이곳에서 스마트폰 이외의 폰으로 송금이 가능하게 만든 '엠페사'도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통해 극빈층의 삶을 돕고 있다.


이쯤에서 삐딱한 생각이 고개를 든다.

"장기 불황의 결과, 기업의 이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시장 모색의 결과가 빈곤층이 된 것 아닌가?"

책을 읽는 중반까지 삐딱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를 따져 시장에 접근한다고 해서 모두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고객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고객가치를 찾아야 하며 그에 따른 비용도 발생하는데

일시적인 도움(?)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니 곱지 않은 시선은 잠시 접는다.

제품 판매액의 일부를 기부하는 탐스 신발은 기부 금액을 상품 금액에 포함해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므로

CSV 이론과는 다른 것이라 하니 이해가 쏙!!!


우리나라에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를 사회적기업이라 부른다.

책을 보는 내내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과는 거리가 먼 세계 유명 기업이 사례로 나와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는데

SK 기업이 등장하면서 심리적 저항감 급상승.

그러나 우리나라만 '사회적기업'이 법으로 명시되어 있고 인증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음....... 내가 너무 협소하게만 바라봤군. ^^;;

사회적 기업은 공공의 이익을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한 발 벗어나게 해준, 넥스트 챔피언.


조직이런 것에 몸을 담았던 적이 있었나 한참을 생각해야 하는 내겐 너무 신선했던 경영전략서.

기업이 전략을 세우는 방향은 물론 방법과 경계해야 할 점,

그래봐야 내 주머니를 털어갈 계획일 뿐이라는 소비자 입장의 반감까지 정리해준 깔끔한 책.

단순히 돈만 많이 벌려는 기업은 넥스트 챔피언이 될 수 없다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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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책 - 제8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3
이민항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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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앗!!

앗!!

이런 참신한 소재라니!!!!!

사람이 책을 골라서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이 읽을 사람을 고른다는 내용.

읽을 능력을 가진 자의 눈에만 보인다는 최초의 책.

참신한 소재 하나로 80점 먼저 받고 시작.


[ 에스에프, 추리, 세계사, 직업윤리, 꿈을 한 번에 잡다. ]

'최초의 책'은 눈으로 읽는 책이 아니다.

책 속에 들어가 책이 경험한 것을 나도 직접 경험하며 읽는 책.

그래서 아무나 읽을 수 없고 책이 선택한 사람만이 볼 수 있다.


도서관 사서가 꿈이지만 밥벌이가 되는 직업이 아니라는 현실 앞에 망설이는 고윤수.

우연치 않게 최초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알게 되고 과거로 돌아가(책 안으로 들어가) 책을 읽게 된다.

각 챕터를 무사히 마치고 현재로 돌아오지 못하면 책 안에 갇히게 되는 무시무시한 독서.


'최초의 책'을 찾으려고 혈안이 된 사람과 그것을 숨기려는 사람들 틈을 오가며 알게 되는 최초의 책의 진실은 예상과 달랐다.

그 과정에서 얻는 윤수의 꿈에 대한 깨달음은 뻔한 주제같지만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수반해 뻔하지 않게 보인다.

예상치 못한 마지막 반전은 기대해도 좋을듯. ㅎㅎㅎ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 바티칸 도서관 -> 토머스 모어 컬렉션 ]

역사 속, 실제 도서관이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각주를 달아 친절히 설명해주니 세계사 공부는 덤이 될 수도 있겠음)

사실과 허구를 오가는 구성은 몰입도를 높이고 감동을 배로 늘리는 효과가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불태워지는 책과 도서관,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사서들이 소설 속 인물로 살아 움직이고

바티칸 지하에 갇힌 필경사를 만나는 인쇄업자는 당시의 상황을 사실감있게 그려낸다.

생활고에 시달려 조상인 토머스 모어('유토피아'의 저자)의 서가를 팔려는 후손을 통해 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도 한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경계가 모호한 구성.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




[ 무엇이든 깨달으리라.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리라 믿는다.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서는 "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중간중간 울컥했다.

지식을 독점하고 국민이 알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했던 권력자의 모습에 비분강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은 우리의 직지심체요절이 맞지만

책이라는 것을 일반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었던 구텐베르크를 인정하게 되는 현실까지.

​뭐가 되었든 하나는 깨달으리라.



[ 청소년 문학이라 아쉽다. ]

독자를 청소년으로 한정지으면 이야기에도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눈높이를 독자에게 맞춰줄 필요가 있으니 이야기의 소재, 주제가 한정적인 경우가 많고

인물의 심리묘사나 사건의 전개를 깊이(원인부터 결과까지)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내용이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서 아쉬웠는데 최초의 책은 조금 다르다.

각 시대를 충분히 묘사하고 사건을 더 많이 넣었으면 '다빈치 코드'를 능가하는 작품이 되었을 거라 아쉬운 것.

성인을 위한 작품으로 하나 더 출간하면 안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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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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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블로그 이웃님과 '나의 시간을 훔쳐가고, 리뷰 쓰는 노력을 앗아가는 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에세이의 홍수 시대.

마음만 먹고 돈만 있으면 누구든 책을 낼 수 있는 세상.

200장의 원고를 써낸 노력을 절대 폄하하지 않겠다는 맘으로 혹평은 자제하지만

가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키는 책을 만나곤한다.

그래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책에 대한 편견.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는 나의 편견에 꼭 부합하는 모양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핑크핑크.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하다는 제목에서 오는 가벼움(?).

카톡 이모티콘 어피치를 앞세운 것은 시류 편승의 확실한 증거물??????

이면 좋았겠으나,

내 편견에 철퇴(까지는 아니지만)를 가하는 책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하여 흐뭇하다.



 

가벼운(?) 에세이 맞다.

언변 좋은 라디오 디제이가 청취자 사연 읽고나서 코멘트하는 것처럼 발랄하다.

위트가 넘치는 자조적 말투는 내가 좋아하는 코드 - 피식피식 웃음짓게 만들어 시종일관 흐뭇하다.

깊은 사색의 결과물처럼 보이진 않아도 절대 생각없이 쓴 글도 아닌 적절함.


결국, 지금의 내 상태를 명쾌하게(?) 정리한 이 부분부터 붙임딱지 등장하신다.


"상처로 가득한 다른 사람의 삶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은 걸.

그건 나로 충분해.

맞아 나는, 행복하지 않은 행복 중독자.

자신만으로 가득 차서 타인의 아픔을 품지 못하는, 나라는 작고 편협한 행성의 유일한 주민" (86쪽)


"살아남는 건 우리의 찬란한 재능" (121쪽) 이란 말에 인생 선배로 모셔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했을 정도였고,

고장난 냉장고를 생각하며 쓴 "냉장고 추모사"를 읽을 땐 울컥했다.

내가 이래봬도

고요한 밤,

세상에 나만 남겨진 것만 같은 밤,

이상스레 위로가 되는 냉장고 소리를 경험했던 사람이거든.


일상의 소소한 일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살펴

의미를 부여하고

웃음코드 살짝 넣어

간결하게 써내려간,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가볍고 쉽게 읽히는 에세이였지만 내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음.

글솜씨 안되는 자기계발서보다 75만 배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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