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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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철학이다.

물질만능과 도구주의 사회에 지친 이들에게 내미는 무용한(?) 것들의 세상, 철학이 필요한 순간.


강의를 글로 옮겨서 구어체다.

난해하고 어려운 철학을 구어체로 풀어낸 것은 일단 칭찬할 일.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끔까지 쭈욱 정리되지 않지만) 10명의 철학자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도 칭찬할 일.

이렇게 칭찬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다닥 읽어내지 못함은 철학이 나의 취약 부분이기 때문. ㅡㅡ;;


우리의 삶은 철학이 필요한 순간의 연속이다.

'남을 돕는다'는 행위 자체를 '위험에 휘말리기 쉬우니 피하는 것이 맞지 않나' 고민하는 세상이지 않은가.

돈이 안되는 일은 가치가 없거나 손해라고 느끼는 세상.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선한 행동' 그 자체가 목적이고 행복의 핵심 요소라 말한다.

'존엄성' 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라고 칸트도 말한다.


수박 겉 핥듯 당위적인 이야기들의 나열이 아닌 깊은 사유와 사색을 통한 본질적 접근을 시도하는 과정.

인간과 인간의 관계맺음에 대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에 대해,

앞으로 받아들여야 할 죽음에 대해,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에 철학이 자리한다.


읽을 때는 아하~, 맞아맞아, 고개를 끄덕이지만

돌아서면 정리가 잘 되지 않는 보통의 철학 책과 비슷했던, 철학이 필요한 순간.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철학자를 배치했다는 점이 아주 맘에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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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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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갖춘 책, 뼈들이 노래한다.

소장용 책꽂이에 고이 접수.


우리가 어릴 때 봤던 그림동화는 두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림을 그려넣은 동화여서 그림동화, "그림" 이라는 이름의 형제가 엮은 동화여서 붙여진 그림동화.

백설공주, 엄지공주, 라푼젤,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브레멘 음악대,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내가 알고 있는 어지간한 외국 동화는 전부 그림씨 형제네 동화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림이 사람 이름이란 것, 아이들을 위해 쓰인 게 아니라 잔혹동화라는 것, 떠도는 민담을 모았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 알았는데

이번에 '뼈들이 노래한다'를 보며 그들이 순수 문헌학자에 교수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추가한다.



책 "뼈들이 노래한다"는 사진집으로 보면 편하다.

조각가 숀 탠이 그림동화의 한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조각 작품을 동화 한 토막과 사진으로 엮은 것.


첫 장부터 전율이다.

바닥에 떨어진 감 꼭지까지 표현한 섬세한 조각 작품에 전율.

화려한 배경 없이 오로지 조명 하나로 승부한 사진에 전율.

짤막한 동화 한 토막과 조각품 하나로 전체 내용을 꿰뚫는 힘 or

내용을 모르겠는 동화는 기필코 찾아 읽어야겠단 맘이 생기게 만드는 호기심 유발 능력에 전율. ㅎㅎㅎ


이런 내 맘을 알았는가,

맨 뒤에 그림동화의 간단한 줄거리를 실어줬음.

진즉 알았으면 모르는 작품은 찾아가며 읽을 걸...... 하는 아쉬움이 살짝.

 

소설이 아닌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 흔치 않은 일을 해낸, 뼈들이 노래한다. 

너무 좋아서 멈출 수가 없었음. ㅠㅠ


군더더기 없는 글. (한 토막이니깐. ㅋ)

관람객 없는 혼자만의 조각 작품 감상 시간.

감탄에 감탄을 더하게 되는 조명빨을 잡아낸 놀라운 사진.


전시회를 안방으로 들고 온 기분이었다. ^^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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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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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제목에 이름을 달고 나올 정도의 책이라면 '강인욱'이라는 저자는 고고학 분야에서 큰 획을 긋고 있는 사람일텐데,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책 제목에 등장하는 것부터 시작.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가지 생각을 끄집어내게 만드는데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 고고학!!! 이라고 하면 인디아나 존스 아닌가? >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외화가 몇 개 있다.

인디아나 존스와 터미네이터, 다이 하드.

고고학이라고 하면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 아니겠나, 이미 영화로 질리게 봐서 다 알고 있는 그것.

유물, 유적을 찾아내는 학문이 고고학 아니겠나,

라며 자신있게 접근했더니 저자도 인디아나 존스 이야기를 꺼낸다.

남의 나라 역사 흔적을 그렇게 맘대로 휘젓고 다니는 것을 보며 어찌 그리 즐거워했냐며 질책을 하시네. ㅡㅡ;;



< 고고학이란 무엇인가? >

고고학은 유물 유적을 발굴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 접할 기회가 없었던 분야의 무지함으로 책 초반에 너무 혼란스러웠다.

발굴에 관한 이야기는 스리슬쩍 지나가고  '귀이개' 하나로 저자의 유학 시절, ​유럽인들의 습한 귀지, 동아시아인들의 건조한 귀지,

비녀와 겸용이었던 귀이개와 역시 비녀와 겸용이었다는 수저까지 온갖 잡다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것.

이건 역사야, 사회야, 문화야, 지리야, 뭐야.

그리하야 뒤늦게 찾아본 고고학의 정의.

* 고고학 : 유물과 유적을 통하여 옛 인류의 생활, 문화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 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

역사책은 남들과 견주어 빠지지 않을 정도로 읽었다고 생각한다.

역사라는 것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정치 군사 모두를 아우르니 그 모든 정보를 대강이라도 섭렵한 상태.

그러니 역사의 시작점이라 봐도 좋을 '고고학' 도 만만히 접근했다.

그러나 고고학은 지난 시간의 흔적을 가장 먼저 만나는 학문으로 "날 것" 그 자체였고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처음 접하는 나는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것인지 당황한다.

지금껏 신석기 시대 유물인 뼈바늘과 바늘통은 옷을 지어입던 도구로 믿고 지냈는데 그것이 바늘귀가 없다니!!!

그래서 옷을 지어입는 바늘이 아니라 의료 도구인 '침'으로 본다니!!!!!!


서프라이즈,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가 줄을 서서 기다린다.

뒷 일은 나도 모르겠다.



< 어쩔 수 없이 무거운 고고학 >

역사의 흔적인 유물과 유적은 공기 중으로 나오면서부터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흙 속에 묻혀 있고 세상에 나오지 않아야 가장 잘 보존된다.

그것을 알면서도 세상으로 꺼내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고고학.


경제개발이 최우선 과제였던 우리 나라.

고속도로를 놓으며 사라졌을 수많은 역사의 증거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4대강 사업과 춘천 중도 개발.


고고학의 발전은 식민 역사와 함께했다는 가슴 아픈 사실.

루브르박물관과 대영박물관 얘기는 남의 얘기라 치고 고개 돌려보려 했으나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 있었으니

우리도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것.

석굴암에 공구리친 건 말하고 싶지도 않다. ㅡㅡ;;



< 총평 >

새로운 지식 습득에 열광하는 편이다.

내가 몰랐던 분야를 알아가는 즐거움은 꼬마 시절부터 지금껏 변함이 없다.

나의 이런 지적 호기심을 아낌없이 채워줬던,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아는 것이 힘이라 믿는 사람에겐 적극 추천.


나는, 책을 다 읽고나서 헛헛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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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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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을 싫어하는 이유는 읽고나서 줄거리조차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동백꽃' 처럼 학교 다니는 내내 교과서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주지 않는 이상!!!!

읽을 때는 충격적 파장에 허우적댔으나 석 달만 지나면 뭘 읽었는지 모르겠는 현상의 반복.

허접한 단편은 감사히 잊어버리겠지만 너무 좋은 단편은 읽으면서 잊을까 두려움에 떤다.


오래간만에 잊을까 두려움에 떨며 읽었던 단편집, 새벽의 방문자들.

어떻게든 오래 기억하고자 매일 한 편씩 천천히 읽으며 곱씹었고,

이번 리뷰에는 각 작품을 모두 기록하기로 결정.

(각 작품 리뷰는 줄거리, 주제와 상관없이 내가 꽂힌 부분이니 스포가 되지 않을 듯)


페미니즘 소설을 표방하지만 이건 인간에 대한 예의 이야기다.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싸우자고 덤비는 사람들도 피곤하지만

여성 차별을 앞세워 역차별이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는 게 사실.

'새벽의 방문자들' 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혐오하며 날을 세워 싸우자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무엇이 문제인가 질문을 던져보자고 한다.


< 새벽의 방문자들 >

여자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새벽마다 누군가가 벨을 누른다면 어떨까?

문고리를 하나 더 달고 문구멍으로 밖의 동태를 살피는 공포.

여자 혼자 사는 것이 알려질까 두려워 집에 있으면서도 택배를 받지 않는 삶을 어찌해야 하는가.


< 룰루와 랄라 >

아줌마와 예비 아줌마와 임신부가 앉아있는 버스 정류장.

담배 피는 남자에게 금연 구역이라고 말하는데도 손가락이 떨릴 정도의 용기를 그러모아야 하는 상황.

그래도 누군가는 용기를 내서 말해야 했다.

그것이 원칙이고 그래야 다음 사람이 조금 더 나아질테니.


< 베이비 그루피 >

그루피와 그루밍의 차이.

특정 음악가와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소녀(여성)를 지칭하는 그루피.

피해자와 돈독한 친분을 맺어 심리적으로 지배해 성폭력을 가하는 그루밍.

둘의 미묘한 경계는 누구에 의해 정해지는 것일까?


< 예의 바른 악당 >

사회정의를 외치며 친구를, 애인을 농락하는 인간들.

대의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은 개인을 쉽게 묵살한다.

가까운 사람의 마음 하나 어루만지지 못하는 그들이 외치는 정의는 권력일 뿐이다.


< 유미의 기분 >

사과할 자격이 있는 너는 나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학생에게 사과하는 선생님.

소설보다 작가노트를 읽으며 울컥했더랬다.

"여전히 아무도 모르는 피해의 이야기를 생존의 이야기로 바꿔 쓰고 있는 이들에게 마음을 전한다.

계속 말하겠다."

진심으로 김현이라는 작가를 응원한다.


< 누구세요? >

이거 진짜 어떡하지??????

쫓아가서 멱살을 잡아 패대기를 치고 얼굴에 침을 뱉어줘야 내 직성이 풀리겠는 남자와,

바보 멍청이처럼 당하기만 하는 여자때문에 분노 대폭발 직전.

그러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방심하고 있다가 아이팟에서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 소설로 출판인이 뽑은 올해의 책이었던 '현남 오빠에게' 그 이후........ 라는데,

난 개인적으로 현남 오빠에게보다 새벽의 방문자들이 78만 배 더 좋았다.

소재도, 글도, 주제도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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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 푸른 동시놀이터 9
정두리 지음, 장세라 그림 / 푸른책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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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예쁜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

느낌이 제목부터 온다고 하면 오바일까?

나는 제목부터 동시 느낌이 팍팍 왔던 동시집.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푸근함이 느껴진다.

나의 엄마가 느껴지고 할머니가 느껴지는 묘한 기분.

옛날 국어교과서에서 봤을 것만 같은 따뜻한 정서가 한가득이다.

요즘(?) 동시가 톡톡 튀는 언어 유희로 재미있다면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는 마음을 건드려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할머니 시인이 써서 그런가? ㅎㅎㅎ

시는 할머니가 쓰고 그림은 손녀가 그렸다.

시의 내용을 정직하게 그려낸 아이의 그림 보는 재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마의 입장이라 그런가 그림도 다 이쁘네.

이 사이에 낀 초록색 음식물을 보며 관찰력 좋다, 섬세하다라고 평가하는 나를 보며 웃음이 빵. ㅋㅋㅋ

초등 저학년 아이가 있다면 시를 읽고나서 너도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을텐데. (내 손자들의 미래가 보이누나......)


내 맘을 휘어잡은 동시 하나 소개.



 

차이


몸에 좋은 거다, 라고 해도

맛없으면 아이들은 고개 돌린다.


몸에 좋은 거다, 라고 하면

맛없어도 어른들은 꾸역꾸역 먹는다.



 

박완서님 단편 '시인의 꿈' 을 보면 먼 미래엔 시인이 없어지고 만다.

사람에게 필요없는 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 건 쓸 데가 없어 사라졌다는 이야긴데

돈이 최우선 가치인 요즘 세상을 보면 곧 소설이 현실이 되겠다 싶다.


행과 행,

연과 연을 가르며 찬찬히 음미하는 시의 맛을 배울 수 있는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친구들에게 추천하고픈, 소행성에 이름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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