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감히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책이 아님.

그가 정리한 화가 이야기를 요약정리하는 것이 최선일텐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책 전체에 등장하는 각 화가와 그림에 접근하는 방식이 비슷하면 책의 구성과 흐름이라도 잡을텐데, 일관된 구성도 없다.

그림을 조각내서 분석했다가

전기나 평론가의 주장에 반박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알려진 화가의 평판이 진실만은 아닐 거라 편을 들기도 한다.

제목 그대로 화가와 그림에 대해 떠오른(?) 아주 사적인 미술 이야기다.

그러면서 예술작품 감상이란 이런 것이라고, 아주 사적인 것이라고, 그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이번에도 그들은 잘못이 없었다. 그들의 감상이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정할 수 없는 두려움에 뿌리를 둔 경멸." (106쪽)


그가 말한 그대로.

나도 마음에서 우러난 그대로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이란 책을 정리해본다.


1.

투머치토커.

말이 정말 많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텍스트.

미술 관련 책이라고 그림이 많을 거라 기대한다면 포기하시라.


2.

읽는 내내 초긴장.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내가 뭘 읽고 있는지 모르게 된다.

내가 예체능엔 좀 약해...... 라고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나의 무식함을 목도하고 좌절하는 현장이 될 뻔한 순간의 연속.


3.

나한테 제 2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된 작가, 줄리언 반스.

소설보다 에세이가 훨씬 좋다. ㅎㅎㅎ

소설은 믿고 거르는 작가, 에세이는 반드시 챙겨봐야 될 작가로 등극.


4.

그림 설명을 겁나게 하는데 그림이 없는 경우가 허다. ㅡㅡ;;

빛이 들어와 테이블에 퍼지고 하얀 식탁보에 반사된........... 이렇게 설명하는데 그림이 없다.

그나마 앞쪽 화가는 아는 사람들이라 떠오르는 그림이라도 있었지,

'르동' 부터는 신세계로의 진입이었다.


5.

그러나!!!!

그림을 넣지 않아 아쉬웠다 말은 하지 않겠다.

원문 출처까지 총 422쪽짜리 책.

줄리언 반스가 언급한 그림 모두를 넣었다면 800쪽은 족히 됐을 듯.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은 보는 책이 아니라 읽는 책인 걸로.


6.

이런 유머 코드 너무 좋다.

"예술의 역할은 그런 것인가 싶었다. 그러니까, 엄숙미로 삶의 흥분을 제거하는 것." (10쪽)

고급진 단어로 조곤조곤 비꼰다. ㅎㅎㅎㅎㅎ


중반 이후로(위에서 언급한 '르동' 이후로) 새로운 정보를 제공받는 어려움에 슬쩍 지쳤지만 재미있었음.

동네방네 쉽게 추천하긴 어렵겠으나 나는 소장용 책으로 분류한,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소장용이라 붙임딱지도 좋은 걸로 사용했다.

이런 특별 대접을 줄리언 반스 아저씨가 알아줬으면 좋으련만.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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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갈라파고스 맞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펼치게 만든 장소,

핀치의 부리로 유명한 갈라파고스 군도의 갈라파고스 맞다.


때는 1986년.

13종의 핀치 새가 있다는 갈라파고스로 유람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처음 계획은 유명 인사들을 가득 태운 초대형 선박이 화려하게 출항하는 것이었으나,

어쩌다보니,

진화게임(저자는 출산의 가능성을 이렇게 표현했다)에서 제외된 - 남편 잃은 과학 선생님과

털복숭이 딸을 낳을 만삭의 여인과

과학 선생님처럼 진화게임에서 제외된 암컷 안내견을 동반한 맹인 여자,

살아있는 것 말고는 인류의 발전에 어떤 것도 하지 않았으나 '아담'이 될 남자 - 선장이 떠나게 된다.


한 점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확산될 새로운(?) 인류 출현의 역사적인 현장.

3kg 이나 되도록 크고 문제만 일으키는 거추장스러운 뇌를 버리고

가진 도구라고는 이빨밖에 없는 자연순응적 생물체로 거듭 태어나는 출발점.

모든 것은 하나님이 창조했다는 진리에 정면으로 맞선 진화론을 탄생시킨 갈라파고스에서,

공교롭게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환경에 맞춰 변화를 시작한다.

초반에 어찌나 힘들게 읽히는지 환장할 뻔.

그러다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서 10장에 하나씩 붙임딱지를 붙인 것만 같다.

중반 이후엔 포기.

저자의 비꼼이 어지나 세련되고 우회적인지, 표현 하나하나를 전부 잡아두고 싶었다.


"백만 년 전, 사람이 하던 일을 최대한 많이 기계에게 넘기려는 그 이해하기 힘든 열의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자신들의 뇌가 전혀 쓸모없다고 다시 한번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었겠는가?" (49쪽)


저자(소설 속의 화자이기도 하다)는 시종일관 인간의 큰 뇌가 모든 것을 망친다고 말한다.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고,

미치도록 좋아했다 돌아서서 싫어하는 두 개의 감정과 생각이 공존하며

속이고 거짓말에 능숙한 골칫덩어리.

기계문명을 선도해 자연을 파괴하면서 지구가 준 양분을 독점해 굶주림을 양산하게 하는 문제.

저자 커트 보니것은 문제의 큰 뇌를 쇼킹한 방법으로 처리한 후,

인간을 개체수 유지까지 자연에 맡기는 존재로 바꾼다.

그의 상상력에 기립박수를!!!!!

백만 년 후의 존재가 1986년의 일을 서술하는 방식도 맘에 든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며 툭툭 내던지는 시크한 말투.

어떤 대상도 비난하지 않는다.

오로지 비꼼과 이해(?)만 있다.


전체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데

각 인물의 이야기까지 개별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방식이라 혼란스럽게 느낄 수도 있겠다.

나는 너무 좋았음.

특히 일찌감치 죽는 인물한테는 특별히(?) 별표를 붙여줘서 읽는데 편의(?)를 제공해주는 센스라니. ㅎㅎㅎㅎㅎㅎ

 

기발한 상상력과 삐딱한 시선, 친절한듯 후려치는 말투까지 맘에 쏙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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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인문학 - 천천히 걸으며 떠나는 유럽 예술 기행
문갑식 지음, 이서현 사진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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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좋다, 산책자의 인문학.

산책하듯 인문학에 접근한다는 의미로 봐도 좋고,

여행지를 산책하며 음악, 미술, 철학, 문학을 떠올린다고 봐도 좋겠다.

산책자의 마음으로 천천히 가볍게.



 

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며 각 도시와 관련있는 예술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편은 글을 쓰고 아내는 사진을 찍는 환상의 조합.


피렌체에선 보티첼리를,

빈에선 클림트를,

잘츠부르크에선 모차르트를..........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데

도시에 얽힌 부분에 한정되니 숨겨진 야사를 듣는 것처럼 짧고 강렬하다.


'별'과 '마지막 수업' 의 작가 알퐁스 도데를 떠오르게 하는 뤼브롱산을 거닐며,

사실 알퐁스 도데는 결투를 즐기던(?) 다혈질의 사내였고

순수한 사랑을 그린 '별'은 자유연애 풍조가 못마땅해서 썼으나

알퐁스 도데 자신은 매독으로 평생을 고통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는 방식.


내가 알고 있는 작품은 알고 있어서 재미나고

내가 가봤던 도시는 아는 곳이라 재미나고

몰랐던 작품은 새롭게 알아서 재미나고

가보지 않은 도시는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책.

작가의 방대한 지식에 놀라는 것은 기본.

단테의 신곡이 왜 읽기 어려운가를 설명하는 부분에선 고개를 주억거리지 않을 수 없다.


도시보다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여행에세이보다 인문학 입문서에 가까운 책.

미술 관련 책과 여행 에세이를 줄기차게 읽어서 이해가 쉬웠나는 모르겠으나

나는 아주 편히 읽혔던, 산책자의 인문학.


사진보다 글이 훨씬 좋았다.

얇고 넓은 지식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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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효재 - 대한민국 여성 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
박정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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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 표지.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 가운데 단 한 명도 이이효재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

책을 덮을 땐, 이 말에 공감 정도가 아니라 죄송한 마음에 가슴이 아릴 정도다.

이런 분을 나는 왜 몰랐고, 우리는 왜 들춰내지 않았을까?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화폐에 얼굴 넣을 여성으로 거론될 사람이라곤 유관순과 신사임당이 전부(?)고

그나마도 현모양처로 그려진 신사임당의 낙점으로 묘한 씁쓸함을 안겨줬던 기억이 떠오른다.

'함께 살자'는 얘기를 '편 나눠 싸우다 죽자'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도 함께 떠오르누나.


'이이효재'라는 이름은 우리가 알고 있는 - 부모의 성을 다 사용하는 것 맞다.

부모님 모두 이씨 성이라 두 개의 '이'를 모두 사용하는, 1924년생 할머니가 바로 이이효재다.

일제감정기에 태어나 굴곡진 한국 역사와 함께 살아온 사람.

사회학 불모지의 땅에서 사회학을 뿌리내리게 하고 그 안에서 여성의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학자면서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인물.


한국현대사는 우여곡절 투성이다.

일제강점의 해방을 위해 목숨을 내걸던 것을 시작으로

남과 북이 분단되어 전쟁하는 고통을 거쳐

군사 쿠데타로 유신헌법이 등장하고

인권을 찾고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역시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 우여곡절의 현장 모든 곳에 함께 했던 이이효재는 그 안에서 인간답지 못한 여성의 삶을 보게 된다.

그리고 외치게 된 "여성의 인간화" (124쪽).


여성은 한국 경제를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지만 '공순이'라는 이름으로 폄하되었고,

여성의 예속과 희생에 기반을 둔 보수적 가족주의는 가부장적 사회 구조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남녀 차별적 가부장주의는 여성 노동자들을 남성 노동자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노동자로 묶어두는 근거를 제공했다. (142쪽)

그리하여, 가정 안에서 불평등한 구조 개선을 위해 부모 성을 동시에 쓰는 운동을 펼치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움직임을 일으킨다.

똑같이 근무해도 남성에 비해 형편없는 임금을 받고,

정년을 25세로 규정한(법적 근거도 없이) 판례를 깨기 위해 함께 싸운다.


이러한 과정은 여성해방운동이란 이름으로 간단히 설명되지 않는다.

정권은 기존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것은 공산당, 빨갱이로 몰아갔기 때문.

해직과 복직을 반복하고 경찰의 수배를 받기도 하며 이이효재는 엄혹한 시대의 리더로 자리매김한다.


영웅은 시대가 만든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영웅(?)이 만들어지던 시대에 영웅적 삶을 살았으나 알려지지 않은 존재.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발벗고 나서 분명 '민주화'를 이뤘는데 정치적인 분야만 중요하다 평가한다.

어린 아이도, 여성도, 남성도, 청년도, 노인도, 장애인도, 외국인 노동자도 모두모두

인간답게 존중받고 인간대접을 받는 것이 민주적인 것 아닐까?

인간을 인간답게 대접하지 않던 시절에 온 세상을 상대로 문제를 지적하고 바꿔나가려던 용기를 가진 사람, 이이효재.

책을 보는 내내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은 시종일관 침착한 어조를 잃지 않는다.

​유혈이 낭자한 시대인데 평온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분의 삶이 이러한 모양이다.

자신의 눈에 보인 의문을 풀어간 -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선생일 뿐 투사가 아니라고 믿은 삶.


이런 분을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다는 게 얼마나 죄스러웠나 모르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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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 I LOVE 그림책
조쉬 펑크 지음, 스티비 루이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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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을 위해 어른에게도 동화책을 추천한다.

하염없이 페이지를 넘기며 보고 또 보게 되는 그림책, 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으로 추천하고 시작.

 


 

그림책은 대부분 투명하고 솔직하다.

책 표지 그림으로 내용을 전부 유추할 수 있거든.

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는 당연히(?) 사자가 도서관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겠지. ㅎㅎㅎ


세상 착해보이는 얼굴을 한 사자 이름은 '용기'.

옆 친구 '인내'가 사라져 친구를 찾으러 도서관을 들어갔는데 뭔 도서관이 이리도 큰가, 길을 잃는다.

조각상, 초상화, 지도의 도움을 받아 

책을 읽느라 자리를 뜨지 못하는 친구 '인내' 를 찾아

해가 뜨기 전에 자리로 돌아간다는 내용.


별 거 아닌 이야기같지만

이 책은 뉴욕공공도서관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뉴욕공공도서관은 영화 '투모로우' (이 영화 몹시 좋아함)의 배경이었던 곳으로

'용기'가 돌아다니는 장소는 그 안에서도 유명한 곳이란다. (책 뒤에 설명이 따로 있음)

단순히 책만 찾고 보는 곳을 넘어선 공간.

그림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특별함을 갖춘 도서관이 많이 부럽다.           



 

도서관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라는 신선함,

너무 예쁜 색감과 착해빠진 사자 얼굴에서 느껴지는 포근함,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공간의 변화무쌍함을 칭찬하겠다.

결국 '인내' 와 함께 다음날 책 보러 도서관에 다시 간다는 뻔한 마무리지만

그림책은 주제가 뻔할수록 아이들 이해가 빠르니 인정(내 인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이렇게 예쁜 색감의 그림책은 정말 오랜만이라면서 웃음지었던, 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

빡빡한 책 읽느라 정신이 지쳤을 땐 이렇게 이쁜 색감의 그림책이 많이많이 위로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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