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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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주의자 고복희.

영화처럼 사랑에 빠져 결혼한 남편과 소원해지는 일련의 과정.

원리원칙에 충실해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는 자신과 달리

언제나 인기 만점이었던 남편을 떠나보내고 자신도 떠나온 베트남.

그곳에서도 고복희의 원리원칙은 빛을 발한다.

원더랜드라는 호텔도 아닌, 리조트도 아닌, 게스트하우스도 아닌 그곳에서.


고복희의 원더랜드에 사람들이 모인다.

부모 재산 없고 개인의 출중한 능력도 없는 젊은이는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온 박지우.

부모의 지원도 있고 개인의 출중한 능력도 있으나 펼칠 세상이 없는 린.

어눌하고 착하면 이용당하고 짓밟히기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안대용.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원리원칙없는 후진 세상.


이렇게 얘기하면 원더랜드가 이상향이고 모든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거라 여기겠지만,

원더랜드는 그냥 원더랜드로 존재한다.

위로나 희망을 주는 곳이 아니라 규칙을 지키는 평범한 숙소로.


사는 게 팍팍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주위를 둘러봐도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는 생각만 들고,

이곳에 희망이란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 원인을 찬찬히 생각해보면 - 사람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어려운 사람은 돕고,

악한 사람은 응징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지 말고,

우리편은 뭔 짓을 해도 눈감아주는 짓은 제발 하지 말고.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가 위로와 감동을 준다면, 그곳이 원칙이 지켜지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원더랜드를 지키는 고복희가 답답하거나 꼰대로 보이지 않는 건 기본을 지키기 때문이리라.

젊은이들이 고복희를 따르는 건 그런 어른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어쩌다보니 나의 리뷰는 진지해졌으나 진지한 책은 아니라는 거. ㅎㅎㅎㅎㅎ

앉은 자리에서 다 읽히는 소설.

젊은 작가가 쓴 젊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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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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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으로 돌아가신 줄 알았던 할머니께서 나타나셨다, 진짜로 할매가 돌아왔다.

미쿡에서 금발머리 염색과 스팽글 원피스를 입고 여든을 넘긴 나이는 잊고 그렇게.


입사 관련 각종 시험과 면접에 88회 낙방한 대기록을 보유한 손자는

바퀴벌레처럼 종종걸음으로 다니는 할머니와 동거를 시작한다.

진보의 깃발을 높이 들고 정치 입문을 꿈꾸는 아버지,

수퍼마켓 운영으로 집안 살림을 끌어가는 어머니,

최씨 집안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라 대학 전임강사 자리에 앉은 동생,

독립운동의 길에 나섰고 고매한 인품을 자랑했으나 할머니가 나타나자 '개잡년'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할아버지,

어느 집에나 있음직한 - 남편없이 홀로 아이들 키우며 자수성가한 고모까지.

67년 만에 나타난 할머니는 평온한 척 살았던 가정에 어마무시한 파문을 던진다.


걱정근심없는 사람이 어디 있고

사연없는 집안이 어디 있겠는가.

그냥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고 있을 뿐.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집안에 할매가 돌아오면서 드러나는 아픔과 상처 이야기.


할머니는 60억 유산이 있다는 말을 흘려서 사람 맘을 흔들었으나 정작 돈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60억 유산으로 시작되나 정작 유산 싸움은 중요한 사건이 아니니

뻔한 소설로 읽기도 전에 매도하지 마시라.

뻔한 가족간의 화해를 다뤘다고도 짐작하지 마시라.

할머니 세대의 67년에 걸친 그리움과 원망, 손주 세대의 상처와 치유 과정이 유산을 빌미로 일어날 뿐.


속사포 랩처럼 문장이 쏟아진다.

가벼운 말장난이 아닌 뼈 있는 단어가 비유와 풍자와 역설이라는 옷을 입으니 고급지다.

재미나서 깔깔 웃는 일이 많아 금방 읽히겠다고 생각했다가 더딘 속도에 깜짝 놀랐음.

젊은이들의 감각적 문체라고 칭찬하다 작가의 나이를 보고 한 번 또 놀랐음. (63년 생)

연륜이 더해져서 재미난 문장이 가볍지 않았다며 금새 노선 변경. ㅎㅎㅎㅎㅎ


할머니 세대와 손주 세대 두 축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정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아내에 대한 폭력을 다루지만 그것이 온전한 주제도 아니다.

세상사 서로 엮이지 않는 문제가 없듯, 할매가 돌아왔다의 모든 사건, 모든 사람은 알게 모르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매듭이 풀리면 나머지가 쉽게 풀리듯,

할매가 돌아왔다의 모든 문제는 특별히 해결한 것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작위적이지 않아서, 현실 가족같아서 참 좋았다.


온통 무거운 주제만 다루고 있는데 전혀 무겁지 않고 오히려 깔깔거리게 만들었던, 할매가 돌아왔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았다는 것, 인정.

김범이라는 작가님 발견에 감사.

지적이고 싶으나 B급 정서인 내 감성에 딱 맞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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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노래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배봉기 지음 / F(에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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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노래는 칠레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을 모티브로 쓰였다.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는 섬마을.

일곱 번째 방문한 이방인의 배는 아무리 봐도 불길하기 짝이 없다.

과거, 이방인이 남긴 상처를 모르는 청년들은 새로운 문물에 흔들리고

생생하게 과거를 기억하는 족장은 어떻게든 그들을 막아보려 애쓴다.


신항로 개척이라는 이름 아래 저지른 서구인들의 약탈과 학살의 역사.

공존, 배려보다 정복, 지배가 잘 어울리는 그들은 '파괴' 를 가르치고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모아이 석상이 탄생한다.


그들을 믿지 말라고.

서로를 파괴하지 말라고.

나 자신을 잊지 말라고.

스스로를 지켜내라고.

그들의 선조는 노래를 만들어냈다.

노래를 통해 전달되는 교훈.............


분명한 허구인데 진실로 느껴진다.

언제 들어도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약탈의 역사.

끝내 지키지 못한 그들 자신의 노래는 엉뚱한 사람에 의해 사라지지 않는 노래가 된다.


재미있으면서 슬퍼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사라지지 않는 노래.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이 많이 읽고, 서양 것이라면 무조건 좋아라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꼰대같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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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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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이찬혁의 소설 데뷔작, 물 만난 물고기.

작곡가로 이찬혁이라는 청년을 너무 좋아했고 말도 못할 예술적 재능을 갖고 있음을 믿어의심치 않았기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대"라는 걸 하며 시작했다.

 


 

등장인물 이름이 해. 양. 선.

해야,

양이씨,

선아.......

이렇게 부르면 외자 이름 맞는 거겠지?

저자는 일부러 의도한 것일까?

나는 일부러 의도해서 저렇게 배치했다, 해양선으로. ^^;;


소설인데 에세이같다.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

만남, 사랑, 이별, 음악, 창작, 예술, 고민............

20대가 겪는 모든 들끓음이 들어 있으나 전혀 들끓지 않는 고요함.

"사랑"이 모든 상황의 중심이나 그것이 음악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보니 클라이막스라 부를 사건이 없다.

등장인물이 자꾸 악동뮤지션으로 겹쳐 보이면서

디스패치 버전 사진이 영상으로 떠오른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ㅡㅡ;;


대화가 많은데 문어체와 구어체의 중간쯤을 맴돈다.

말투에 캐릭터가 녹아들지 않아 누가 얘기하는지 헷갈려 가끔 확인했음.

감각적인 가사가 돋보였는데 소설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심리묘사나 대화의 부족함을 상황, 상태 묘사로 상쇄시킴.


재미있는 소설이라 말할 수 없겠는데,

그렇다고 허접하다 말할 수도 없어서 난감한, 물 만난 물고기.

가수 악동뮤지션,

이찬혁,

음악,

노래가 겹쳐서 책 읽기에 영향을 미치는 독특한 경험을 해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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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젊은 부자들 - 구독자 0명에서 억대 연봉을 달성한 23인의 성공 비결
김도윤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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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살 지방대 입학, 서른 살 늦깎이 졸업생’이란 꼬리표를 ‘공모전 17관왕’, ‘고용노동부 청년 멘토’, ‘대한민국 국민대표 61인’, ‘대한민국 인재상(대통령상)’,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로 바꾼 근성의 청년. 세상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전하기 위해 다수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해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다국적 홍보회사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를 거쳐 교육컨설팅사 ㈜나우잉을 창업했으며........ (저자 소개 중)




책 소개를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부러 챙겨서 찾아보며 선택한 책, 유튜브 젊은 부자들.

스물네 살에 지방대 입학했다는 저자의 이력이 아주 맘에 들었던 책.

명문대 입학을 향해 달려가는 주변 청소년들에게

대학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말을 자신있게 하지 못하는 나.

청소년에게 추천할 것이 아닌 나에게 해답이 되어줄 것만 같아서 집어든 책이다.

이런 내 맘을 정확히 파악한 저자는

유튜브를, 아직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라 불렀다.

학벌, 학력, 외모, 재산 따위 없어도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

제목이 '유튜브 젊은 부자들' 이라 하니 성공의 기준이 '돈' 에만 맞춰진 거 같지만

전업 유튜버를 강조하지 않는 걸 보면 '돈' 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미 아닐까?


일단 책은 재미있다.

중요한 부분은 굵은 글씨로 강조했고 유명 유튜버를 인터뷰한 형식이라 아는 인물 덕에 익숙하다.

썸네일 만드는 걸 알려줄 땐 두 화면을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나은가 확실하게 보여주며

동영상 업로드 시간은 어느 때가 좋은지까지 알려준다.

유튜버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도움받을 수 있겠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알려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음. ㅎㅎㅎ

더 늦기 전에 유튜브 세상에 뛰어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제대로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라는데 나는 실용서라 부르겠다.

컨텐츠가 정해지고 실제 촬영만 시작하면 나머지는 책에서 시키는대로 따르면 되겠다는 확신이 설 만큼,

아주 구체적이고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지도편달해주심.

얼굴 공개의 부담과 편집에 대한 두려움이 앞을 가로막는데,

직원을 뒀다는 말에 더 움찔해진 것은 문제지만. ㅡㅡ;;


두루뭉술 묶어서 얘기하거나,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거나,

무조건 넌 할 수 있다고 외쳐대지 않아서 아주 좋았던, 유튜브 젊은 부자들.

나도 곧 유튜브 세상에 뛰어들 것만 같다.

제대로 된 선생님 등에 업은 기분.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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