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종류를 나누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러 방법 중에 내가 즐겨 사용하는 것은 '갖고 싶은 책'과 '빌려서 읽어도 되는 책'으로 나누는 것이다. 밤까지 꼬박 새우며 읽었던 책이 두 개 있었는데 해리 포터 시리즈와 태백산맥이었다. 둘 모두 허리가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과 내일 출근에 대한 부담까지 무릅쓰고 읽을 만큼 재미있었지만 전자는 빌려 읽은 것을 후회하지 않았고 후자는 빌려 읽은 것을 몹시 후회했었다.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는 내가 갖고 있어야만 하는 책으로 분류되어 내 책꽂이에 곱게 박혀있다. 오늘처럼 날씨가 꾸물거리거나 우울할 때, 가끔 심심하면 꺼내서 쉬~익 들춰보곤 한다. 한 장에 한 줄밖에 되지도 않지만 글을 굳이 읽을 필요도 없다. 슬렁슬렁 책장을 넘기며 사진 속의 동물들과 눈맞춤을 하면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 미소가 삐질삐질 새어 나온다.
그들은 '너 우울하니? 그럼 이런 방법들을 써봐.'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현재 상태가 그런거야. 어때? 내 말이 맞지?'라고 직접 묻거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사진 속에 앉아서 날 바라보거나 숨거나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난 기분좋게 웃을 수 있다.
참, 이 책을 보거들랑 희망의 가지 뒤에 숨은 토끼에게 안부를 전해주십시오. 거기 숨어도 다 보인다는 말도 함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