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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사람의 선입견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던 책이다.
보라색 표지에 얼핏 달 그림을 걸고 '소원을 말해줘' 라고 하니 장르가 애매모호해보이는 효과가 있었는데 말이지.
국내 최초 재난, 공포소설이란 광고에 기대감이 급상승한다.
D 구역은 피부병이 창궐한 곳이다.
유전병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피부에 허물이 생겨서 딱딱하게 굳어 온 몸을 덮어버리는 것.
특별한 치료법은 없고 단백질을 먹으면 허물이 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면 미신처럼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 이야기가 생겨나는 법.
롱롱이라는 뱀이 허물을 벗으면 사람들의 허물도 같이 벗겨진다는 믿음이 사람들 사이에 가득하다.
그리고 실제로 발견된 커다란 뱀.
얘가 진짜 롱롱이라는 신비한 힘을 가진 뱀인지 어떤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뱀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 영화처럼 영상이 그려진다.
가독성이 좋다고 하는 것은 활자를 읽으며 영상을 그려볼 새가 없이 이야기가 진행될 때 하는 말.
소원을 말해줘는 가독성을 자랑하는 책이 아니므로, 찬찬히 그림이 그려지는데,
그 그림이 고름이 질질 흐르는 딱지로 뒤덮인 사람의 피부와 허뭇을 벗는 뱀이 주를 이룬다.
유쾌하지 않다.
괜시리 내 몸도 근질근질한 것이, 내 맘에 재난과 공포를 가져다 주누나. ^^;;
과학자의 연구개발 욕심과
기업의 이윤추구와
인간의 도구화까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섞어서 이야기하려 했던, 소원을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