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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을 팝니다 - 왠지 모르게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의 비밀
신현암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9월
평점 :
내용이 너무 좋아서 맘이 불편했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내용이 너무 좋아서 읽는 내내 맘이 좋지 않았던, 설렘을 팝니다. ㅠㅠ
무엇 하나 나무랄 점이 없다.
저자의 겸손하면서 깔끔한 어투,
충분한 현장 조사와 경제, 경영 이론의 접목,
그것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가르치지 않고 제안하는 형식,
무엇보다 저자가 소개하는 공간의 비밀이 가슴을 울리고 떨리게 해서,
읽기만 하고 보기만 하는데도 설레서,
그래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특히 '무지(무인양품)' 편을 읽을 땐 어찌나 거부감이 들던지. ㅡㅡ;;
그렇다.
'설렘을 팝니다'는 일본 도쿄의 핫 스폿이라 불리는 곳을 소개하는 책이다.
일본산 불매운동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의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들어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나 스스로를 편협한 배타적 민족주의자라고 칭하는 순간이 바로 이럴 때.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리한다니 잘 보고 배우자는 마음으로 보는데 이건 읽으면 읽을수록 빨려들어간다.
히야~ 감탄이 절로 나올 뿐.
식당인데 요리사가 사장이고 직원이 없다.
언제나 줄을 서서 밥을 먹어야 하는 곳이라 직원 대신 알바를 고용하는데
알바는 50분간 일하고 일한 댓가는 식당의 식권 한 장이 전부.
알바는 그 식권을 식당에 붙여놓고 가면 한 끼 식사가 필요한 누군가가 그 식권을 이용해 밥을 먹을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거창한 말 따위 없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식당이라니.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노동을 통해 사장과 알바가 함께하니, 감동이 아니라 감탄이 나온다.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 한복판에서 방금 도정한 쌀을 파는 쌀가게,
3만엔짜리 멜론을 파는 과일가게,
감귤 주스를 맛에 따라(맛을 구분한 것도 쇼킹) 수도꼭지에서 따라 마시는 주스가게,
12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문구점까지.
나의 사고 범위에선 손익계산서가 나오지 않는 가게들이 '성공'이란 이름을 붙이고 도쿄에서 성업중이란다.
그들의 성공 비밀은, 물건을 팔지 않고 공간을 판다는것.
머물고 싶은 장소, 다시 찾고 싶은 장소를 만들되
본질은 버리지 않고 시대 흐름도 놓치지 않는 -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이 만들어낸 결과물.
그것을 보여준다.
나는 일본의 가업을 잇는 풍속이 부러웠다.
유명한 대기업을 다니던 자식이 아버지의 생선가게를 물려받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
'설렘을 팝니다'에서도 이런 일본의 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금은 가업을 잇는 경우가 드물다곤 하지만
드물게 이어지는 그들의 '자부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책 안에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도쿄 핫 스팟 21곳을 소개한다니 여행관련 서적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경제, 경영서로 분류될, 설렘을 팝니다.
읽는 내내 나처럼 마음이 불편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읽어보라 추천하고픈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