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에 갇힌 소년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F(에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기억 전달자로 유명한 로이스 로리의 작품이다.

잔잔하고 따듯하고 포근하지만 마음이 아픈 소설.

새의 선물,

앵무새 죽이기,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과 함께 가슴을 울리는 성장 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 침묵에 갇힌 소년.


 

수두로 8살 생일 파티를 놓친 그 해가 캐티에겐 가장 평온하고 행복했던 해로 기억에 남았다.

엄마는 동생을 낳았고,

그런 엄마를 돕기 위해 농장에서 페기가 캐티네 집으로 왔다.

캐티네 옆집에는 페기의 언니 넬이 먼저 일하고 있었고,

그들의 남동생 제이콥은 캐티네 말을 보러 몰래몰래 헛간에 나타나곤 했다.


제이콥은 절대 말을 하는 일이 없었고 사람 눈을 쳐다보지 않는다.

언제나 털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기분이 좋거나 좋지 않으면 몸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정신이상이라 불렀지만 제이콥이 동물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건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

제분소처럼 위험한 장소에서 조심조심 본인이 원하는 것을 지켜보는 법을 알고

말은 하지 않아도 듣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사람과 동물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세계에, 침묵에 갇힌 소년.


침묵에 갇힌 소년과 말 없이 마음을 주고받게 된 캐티는 그가 동물을 사랑하는 방식을 알게 된다.

새끼 고양이를 사랑하는 방식과 새끼 양을 사랑하는 방식.

모든 것이 망가진 그날 밤.

제이콥이 한 일은 새끼 양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런 나쁜 일이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 침묵에 갇힌 소년은 침묵에서 나올 수 없었고, 그의 맘을 아는 캐티는 고작 9살이었다.

캐티가 제이콥을 위해 할 수 있는 말은 기껏해야  '모자를 벗기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화려한 언변은 진실이라 믿었던 사실마저 의심하게 만들고 침묵은 비겁함이나 용기없음으로 비춰지곤 한다.

'착한 마음씨' 가 중요하다면서도 착한 마음씨 보여줄 기회를 주지 않고 천천히 볼 생각도 없다.

누구보다 착한 마음씨를 가졌지만 드러낼 방법이 없었던 소년은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제분소에 불이 났을 때 범인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자신을 변호할 수 없는 그는 사람들이 몰아가는대로 몰릴 뿐.


소설 '침묵에 갇힌 소년' 은 큰 주제의식을 갖고 쓴 소설은 아니다.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데 어리기까지 한 인물에 대한 강자와 사회의 폭력으로 몰고 가기엔 무리가 있음.

할머니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한 소년을 기억해내는 것이 전부인데

문제제기조차 못하는 소년, 소녀 이야기라서 맘이 아프고 쉽게 잊히질 않는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잔잔한 소설.

번역이 너무 매끄러워서 우리나라 작품 읽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혀 감동받았던, 침묵에 갇힌 소년.

출판사 에프에서 나오는 책은 전부 내 맘에 쏙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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