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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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을 싫어하는 이유는 읽고나서 줄거리조차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동백꽃' 처럼 학교 다니는 내내 교과서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주지 않는 이상!!!!

읽을 때는 충격적 파장에 허우적댔으나 석 달만 지나면 뭘 읽었는지 모르겠는 현상의 반복.

허접한 단편은 감사히 잊어버리겠지만 너무 좋은 단편은 읽으면서 잊을까 두려움에 떤다.


오래간만에 잊을까 두려움에 떨며 읽었던 단편집, 새벽의 방문자들.

어떻게든 오래 기억하고자 매일 한 편씩 천천히 읽으며 곱씹었고,

이번 리뷰에는 각 작품을 모두 기록하기로 결정.

(각 작품 리뷰는 줄거리, 주제와 상관없이 내가 꽂힌 부분이니 스포가 되지 않을 듯)


페미니즘 소설을 표방하지만 이건 인간에 대한 예의 이야기다.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싸우자고 덤비는 사람들도 피곤하지만

여성 차별을 앞세워 역차별이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는 게 사실.

'새벽의 방문자들' 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혐오하며 날을 세워 싸우자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무엇이 문제인가 질문을 던져보자고 한다.


< 새벽의 방문자들 >

여자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새벽마다 누군가가 벨을 누른다면 어떨까?

문고리를 하나 더 달고 문구멍으로 밖의 동태를 살피는 공포.

여자 혼자 사는 것이 알려질까 두려워 집에 있으면서도 택배를 받지 않는 삶을 어찌해야 하는가.


< 룰루와 랄라 >

아줌마와 예비 아줌마와 임신부가 앉아있는 버스 정류장.

담배 피는 남자에게 금연 구역이라고 말하는데도 손가락이 떨릴 정도의 용기를 그러모아야 하는 상황.

그래도 누군가는 용기를 내서 말해야 했다.

그것이 원칙이고 그래야 다음 사람이 조금 더 나아질테니.


< 베이비 그루피 >

그루피와 그루밍의 차이.

특정 음악가와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소녀(여성)를 지칭하는 그루피.

피해자와 돈독한 친분을 맺어 심리적으로 지배해 성폭력을 가하는 그루밍.

둘의 미묘한 경계는 누구에 의해 정해지는 것일까?


< 예의 바른 악당 >

사회정의를 외치며 친구를, 애인을 농락하는 인간들.

대의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은 개인을 쉽게 묵살한다.

가까운 사람의 마음 하나 어루만지지 못하는 그들이 외치는 정의는 권력일 뿐이다.


< 유미의 기분 >

사과할 자격이 있는 너는 나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학생에게 사과하는 선생님.

소설보다 작가노트를 읽으며 울컥했더랬다.

"여전히 아무도 모르는 피해의 이야기를 생존의 이야기로 바꿔 쓰고 있는 이들에게 마음을 전한다.

계속 말하겠다."

진심으로 김현이라는 작가를 응원한다.


< 누구세요? >

이거 진짜 어떡하지??????

쫓아가서 멱살을 잡아 패대기를 치고 얼굴에 침을 뱉어줘야 내 직성이 풀리겠는 남자와,

바보 멍청이처럼 당하기만 하는 여자때문에 분노 대폭발 직전.

그러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방심하고 있다가 아이팟에서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 소설로 출판인이 뽑은 올해의 책이었던 '현남 오빠에게' 그 이후........ 라는데,

난 개인적으로 현남 오빠에게보다 새벽의 방문자들이 78만 배 더 좋았다.

소재도, 글도, 주제도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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