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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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블로그 이웃님과 '나의 시간을 훔쳐가고, 리뷰 쓰는 노력을 앗아가는 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에세이의 홍수 시대.

마음만 먹고 돈만 있으면 누구든 책을 낼 수 있는 세상.

200장의 원고를 써낸 노력을 절대 폄하하지 않겠다는 맘으로 혹평은 자제하지만

가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키는 책을 만나곤한다.

그래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책에 대한 편견.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는 나의 편견에 꼭 부합하는 모양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핑크핑크.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하다는 제목에서 오는 가벼움(?).

카톡 이모티콘 어피치를 앞세운 것은 시류 편승의 확실한 증거물??????

이면 좋았겠으나,

내 편견에 철퇴(까지는 아니지만)를 가하는 책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하여 흐뭇하다.



 

가벼운(?) 에세이 맞다.

언변 좋은 라디오 디제이가 청취자 사연 읽고나서 코멘트하는 것처럼 발랄하다.

위트가 넘치는 자조적 말투는 내가 좋아하는 코드 - 피식피식 웃음짓게 만들어 시종일관 흐뭇하다.

깊은 사색의 결과물처럼 보이진 않아도 절대 생각없이 쓴 글도 아닌 적절함.


결국, 지금의 내 상태를 명쾌하게(?) 정리한 이 부분부터 붙임딱지 등장하신다.


"상처로 가득한 다른 사람의 삶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은 걸.

그건 나로 충분해.

맞아 나는, 행복하지 않은 행복 중독자.

자신만으로 가득 차서 타인의 아픔을 품지 못하는, 나라는 작고 편협한 행성의 유일한 주민" (86쪽)


"살아남는 건 우리의 찬란한 재능" (121쪽) 이란 말에 인생 선배로 모셔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했을 정도였고,

고장난 냉장고를 생각하며 쓴 "냉장고 추모사"를 읽을 땐 울컥했다.

내가 이래봬도

고요한 밤,

세상에 나만 남겨진 것만 같은 밤,

이상스레 위로가 되는 냉장고 소리를 경험했던 사람이거든.


일상의 소소한 일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살펴

의미를 부여하고

웃음코드 살짝 넣어

간결하게 써내려간,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가볍고 쉽게 읽히는 에세이였지만 내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음.

글솜씨 안되는 자기계발서보다 75만 배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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