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이거 웃으면 안. 되. 는. 이야기다.

그런데.

처음부터 웃긴다.

어쩌지. ㅠㅠ

참으려고 해도 웃음이 삐져나오고 웃으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빌 브라이슨' 의 뒤를 잇는 또라이(?) 작가의 등장인가.

너무 좋아. 아하하하하하하하.

 

환경 문제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지구가 곧 망할 거라는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라는 종이 펼치는 종횡무진, 스팩타클한 지구 망치기 대작전은 알면 알수록 공포 그 자체.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도 나와 똑같은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꼈다.

그러나 나와 달리,

문명이 붕괴된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과학자적 호기심을 품게 되고 스코틀랜드 벌판에 유토피아 실험을 시작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까지 팔아서 참가자를 모아 진행한 실험.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인간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그려

문명 붕괴 후의 대안을 제시하는 성공적 롤 모델이 되리라 기대했겠지만

결과는 대 실패.

심지어 저자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만다.

이 심각한 이야기를 읽는데 자꾸 웃음이 나니, 미안하지 않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지.

 

유토피아 실험은 어디까지나 실험이기 때문에 참가비 없이 실험 대상자(?)를 모았다.

저자도 문명을 떠나 자연친화적 공동체 생활이 처음이니 이미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도움을 받아 중앙 아시아 유목민의 천막인 '유르트'를 만들어 숙소로 사용하는데

스코틀랜드의 습도를 무시한 천막을 짓는 엉성함으로 처음부터 삐그덕삐그덕.

도끼질하다가 다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병원에 가서 문명의 도움을 받은 것은 유토피아 실험 정신에 어긋난 것이 아닌가 고민이고, 그렇다고 그냥 두면 위험하겠고, 걱정되는 마음에 책임보험을 가입했는데 이것 또한 문명이고.

 

원시적 생활을 실험하기 위해 공동체를 만들었는데 관공서가 개입해 건물(?)의 안전성부터 상하수도 문제까지 무수한 관료주의적 절차를 통과해야만 하는 아이러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토피아 실험을 주도하는 자신은 실험 참가자인지, 

실험을 주도하는 주체인지,

실험을 진행하는 데 도움만 주는 스텝인지 위치마저 애매하고

참가자들은 제각기 목소리를 내며 유토피아는 미궁으로 빠져든다.

유토피아 실험의 주도적 인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애덤이 광기를 더한 간달프라면 애그릭은 재빠름을 더한 호빗" (125쪽) 이란 표현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결론적으로 유토피아 실험은 지구 멸망의 순간이 아니라 제한된 장소에서 밖의 문명을 따르지 않는 의지력의 실험이었다.

전 재산을 쏟아붓고 연인과 이별하며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결과를 초래한 유토피아 실험.

자신의 실패를 너무나 유머러스하게 써내려간 저자의 멘탈에 박수를. ㅎㅎㅎㅎㅎ


그는 결국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리석고 허황된 실험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때 그걸 꼭 해봤어야 했다' 는 후회는 남기지 않게 되어 만족한다는 저자.

저자의 자조적 유머 코드와 문명 붕괴, 유토피아 따위의 단어와 어울리지 않았던 내용에 더 재미났던, 유토피아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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