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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2월
평점 :
제목부터 오묘한 "나의 살인자에게".
자극적인 띠지 "내 오빠는 연쇄살인범" 이라는 말에 소설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겪은 일을 쓴 수기다.
표지를 장식하는 사진도 책을 쓴 그녀와 '나의 살인자'라 불린 오빠.
JUDAS 는 성경에 등장하는 유다.
그녀는 오빠를 고발하는 증언을 하는 스스로가 유다처럼 밀고자나 배신자가 아닌가 내내 고민했던 것.
읽는 내내 오묘하다..... 는 단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1.
분명히 저자가 겪은 일인데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싶어, 공감보단 소설처럼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된다.
아빠가 이유도 없는 폭력을 휘둘러 밤마다 공포에 떨며 지내야 했던 어린 시절까진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오빠의 하이네켄(우리가 아는 맥주 하이네켄 맞다) 납치 사건부터 스케일이 달라진다.
저자의 오빠는 시시껄렁한 동네 불량배 수준이 아니었던 것.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변호사가 되어 남매가 모두 예사롭지 않음을 선사한다.
2.
전문 작가가 쓴 것이 아니다보니 구체적 정황 설명이나 묘사가 없이 사건 중심으로 나열되어 엄청난 속도로 읽힌다.
남의 불행 이야기를 이렇게 편하고 흥미롭게(?) 읽어도 되나 미안할 지경.
책에 빠져서 몰입하게 되면 마음 한켠이 찔리고 죄스런 감정이 생기는 오묘한 경험을 하고야 만다.
이거 재미가 있다고 할 수도 없고 가독성이 좋다고 할 수도 없고, 사람 참 난처하게 만든다. ㅡㅡ;;
3.
매제를 시작으로 수많은 살인을 교사하고 돈을 갈취해서 감옥을 들락거리는 오빠.
동생이 변호사임울 이용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받고,
그런 오빠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해 쉰 살이 넘도록 범죄자 오빠와 함께하는 그녀.
결국 오빠가 종신형을 선고받도록 증언하지만 오빠에 대한 사랑이 감춰지지 않는다.
가족은 가족인 걸까?
죽음의 공포를 넘어서게 만드는 애틋한 남매의 추억때문일까?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오묘함 한가득.
재미가 있다, 교훈이 있다, 감동이 있다는 식의 추천이 민망한데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인 덕분에 여러가지로 오묘했던 책, 나의 살인자에게.
감옥에서도 살인을 교사할 수 있는 그를 피해 직장을 버리고 숨어사는 그녀.
방탄조끼를 챙겨 입어야 하는 상황이 수시로 생김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나이에 용기를 냈음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