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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견문 3 -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ㅣ 유라시아 견문 3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9년 1월
평점 :
유럽과 아시아를 일컫는 말, 유라시아.
유라시아 견문이라고 하니, 유라시아를 여행(?)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겠거니.....
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큰" 일 난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난 충격에 허우적대다
이 아이는 '총균쇠' 나 '정의란 무엇인가' 와 같은 반열에 올라야 한다며 흥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사 잡지 1년치를 묶은 책 같다.
분명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들며 주요 도시를 기준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내용이 범상치 않다.
기존의 여행 에세이처럼 여행한 도시 소개나 그곳에서의 감흥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고
자신이 이동한 경로가 아닌 의식의 흐름대로 도시가 연결되는데 그 연결고리가 소름 끼치도록 절묘하다.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시작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했다가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로 연결되는 고리.
유라시아 견문을 읽지 않으면 그 고리는 절대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 정도의 절묘함.
각 도시별 이야기의 큰 틀은 비슷하다.
1. 넓은 시각으로 대륙을 바라본다.
2. 대륙 안에 위치한 국가로 시야를 좁힌다.
3. 대륙 안에서 국가의 위치가 역사적으로 어떠했으며 현재는 어떠한가를 살핀다.
4.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일종의 대안 제시도 들어간다.
5. 저명한 인물의 인터뷰나 인물 분석이 겸해진다.
6. 저자의 세계관, 가치관은 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식견은 정리해서 옮겨 적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
나 개인적으로는 유고연방(유고슬라비아)의 붕괴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제각기 독립의 기치를 높여 산산조각난 동유럽은
뒤늦게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가난한 나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단순히 민주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의 대립과 수용의 문제라고면 여겼었는데 저자는 그것을 종교로 접근한다.
세계사를 공부했던 사람은 안다.
유럽에서 종교적 접근을 시도한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로마가 동서로 나뉘는 시대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 역사를 되짚어 현재까지 내려오되
종교가 곧 사회문화 현상이고 정치, 경제의 바탕이었으니 모두를 총망라해야 한다는 것을.
저자 이병한이 유라시아 견문에서 유럽의 각 도시를 이런 방식으로 들여다본다.
붙임딱지 새거 하나를 다 쓰게 만든다.
냉전시대를 거치며 우리는 민주주의만 옳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가 갖는 폭력성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나는
유라시아 곳곳에서 보이는 '나만 옳음'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함께" 사는 것이 중하지 옳고 그름(누가 정한 옳고 그름인가)이 중한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
671쪽에 빼곡히 들어찬 글자가 전달한 메세지를 정확히 잡아냈는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정보와 깊은 깨달음과 세계를 바라볼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유라시아 견문 3.
이 책은, 그냥!!!!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