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3

조선왕조실록 3 : 세종·문종·단종 - 백성을 사랑한 사대부의 임금 ㅣ 조선왕조실록 3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월

조선왕조실록 1권을 처음 읽던 순간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교과서에만 보고 말았던 '조선왕조실록' 의 내용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자세했고 재미도 있었다.

재미난 글로 풀어낸 저자 이덕일의 힘도 인정!!!!

10권까지 나온다니 전 시리즈를 모두 소장하리, 굳게 결심한 것도 그때였다.

그리고 3권.

조선 왕조의 수퍼스타 세종과

사도세자와 쌍벽을 이루는 눈물 유발자 단종이 등장하는데

이상스레 쉬이 읽히지 않는다.

한동안 역사에 빠져 책도 많이 보고 강의도 들으러 다니고 혼자 공부도 했더랬다.

한국사 지식이라면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 중에서는 어디서도 빠지지 않을 거라 자신했는데 조선왕조실록 3권 시작부터 무너진다.

내가 그렇게 욕을 했던 그 법(백성이든 아전이든 고을 수령을 고발할 수 없음)을 우리 세종대왕님께서 만드셨다니!!!!!

엄마가 노비면 자녀도 노비가 되는 노비종모법도 세종대왕 작품이란다.

애민정신으로 똘똘 뭉쳐 밤낮으로 백성을 생각하여 신하들을 들들 볶아댔던 왕으로 각인된 세종이

실제로는 사대부 중심의 정책을 펼쳤다는 사실로 책을 시작하니, 재미보다는 의심이 앞선다.

이 얘기 진짜일까?

어릴 때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맨 처음 접한 정보는 진실성을 따지기보단 무조건 수용하기 쉽다.

역사적 사실과 상관없이 내게 주입된 세종대왕의 이미지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명확한 사료 앞에서도 흔들릴 기미가 없다.

우리가 역사 공부를 제대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사료로 정보를 제공받고 판단은 각자가 해야 한다.

그래야 나처럼 뒤통수 맞았다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테고 객관성을 담보하는 정보의 중요성도 알게 될테니.

저자 이덕일도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다.

어쩌면 이덕일도 본인의 의견에 부합하는 자료만 골라냈을지 모르겠으나

내가 몰랐던 정보를 제공한 것 하나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주련다.

세종의 아들인 문종과 그의 아들 단종까지 함께 실었다.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로 유명한 단종은 당연히 야사가 더 재미나고.

재위기간이 짧아 유명세(?)는 없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왕 문종의 행적은 새롭게 보일 수 있겠다.

전권에 비해 쉬이 읽히지 않았던 건 아무래도 이 시기가 조선의 안정기로 접어드는 시기여서 그런 듯.

(내가 초반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공과 실을 거의 다 아는 조선 왕들 얘기가 뻔한데, 각 권 리뷰를 굳이 다 쓰겠냐고 생각했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은, 조선왕조실록 3.

아직도 나는 세종에 대한 입장정리를 마치지 못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