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습니다. 

가을 하이쿠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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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타 출판사에서 미시마 유키오 단편집이 나온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시와서는 알라딘 펀딩이 처음인데 아직 며칠 지나지는 않았지만, 작은 출판사를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고 감사해 이번 책에 대해 잠깐 말씀을 드릴까 해요.


시와서의 단편선에 실리는 <우국>과 <시를 쓰는 소년> 두 편은 아마 타 출판사의 단편집과 겹칠 거라 생각합니다. 가끔 판권을 비독점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있어요. 유명한 작품일 경우 그럴 때가 있는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나 <이즈의 무희> 같은 작품도 그래서 여러 판본이 나와 있습니다.

미시마는 130편의 많은 단편을 썼어요. 시와서의 단편선에는 다채로운 미시마의 단편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뽑아 실었는데, 그중에 몇 편은 첫 단편선인 만큼 작가 미시마에게 의미 있는 작품, 또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자전적 내용이 담긴 작품을 함께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중 제가 꼭 소개하고 싶었던 것이 <우국>과 <시를 쓰는 소년>입니다. 이 두 작품은 미시마 자신이 “나에게는 가장 절실한 문제를 내포한 것”이라고 한 단편입니다. 

<시를 쓰는 소년>은 “소년 시절의 나와 언어(관념)와의 관계가 그려져 있으며, 나의 문학적 출발점이 제멋대로이면서도 숙명적으로 형성된 과정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 평했고, <우국>은 “만약 바쁜 사람이 미시마의 소설 중에서 단 한 편만, 미시마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응축한 정수 같은 소설을 읽고 싶다고 한다면, <우국>을 읽으면 된다”라고 말했어요. 당연히 저로서는 싣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꼭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뒤에 나오는 문학 에세이의 내용과도 함께 엮어 소개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 밖에 10편과 함께 총 12편이 실립니다.

워낙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단편을 쓴 작가여서 앞으로도 흥미로운 테마로 단편 선집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번역가이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이기도 해요. 저는 번역가를 작곡가가 쓴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악보에 쓰인 곡은 하나지만 그것은 수많은 연주자를 통해 하나하나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외국문학은 사정상 음악처럼 다양한 번역으로 접할 수 없기에, 한 작품을 다양한 번역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문학 애호자들의 소소한 즐거움이라 생각해요. 오래 전에 나온 <우국>의 번역본을 읽어보신 독자님도 계시겠지만, 이번에 같은 작품을 새로운 번역으로 읽으면서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해서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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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국제 도서전 에피소드 ---


시와서는 올해 처음 서울 국제 도서전에 참가했습니다. 매년 참가하는 출판사들을 보면서 부러워만 하다가 큰맘 먹고 나갔는데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정말 보람 있고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분이 많은데 그중 한 분이 옆 부스 출판사 사장님의 아드님이었어요. 대학생에 문학 전공은 아니지만 러시아 문학을 좋아하는데 일본 문학을 읽어보고 싶으시다며 매일 저희 부스를 찾아와 책을 훑어보더니 한 권 씩 사가셨습니다.

갑자기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을 설명해달라고 물어서 저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는데 저희 소세키 책도 사가셨어요.^^ 


얘기 중에 다음 작품이 뭔지 묻기에 미시마 유키오 한다고 하니 정말 좋아하면서 나오면 꼭 읽어보겠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좀 더 얌전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길래 "그러게 말예요. 근데 전 그냥 미시마의 문학을 읽어요" 했습니다.

"저도 그래요!" 하고 활짝 웃으며 책 기다린다고 떠나갔습니다.


말은 그랬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울까요. 작품 하나하나에 노골적으로, 또는 어렴풋이 느껴지는 죽음의 그림자를 내내 느끼며 작업을 했습니다. 

미시마의 작품이 관념적이고 어렵다며 꺼려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그의 문학이 외면 받는 가장 큰이유는 다른 데 있을 거예요, 올해 작가 출생 후 100년이 지나 여러 작품이 나오는 걸 보면 시간의 힘이란 게 참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시마의 행위는 이제 먼 역사 속 사건이 돼버린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의 문학은 오히려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 묘합니다. 


미시마 에세이 선집에서는 그의 삶과 문학이 담긴 흥미로운 글들이 많이 소개되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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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평소보다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을 주문해주셔서 오랜만에 소개합니다. 😍

왠지 다자이의 문장이 가을과 잘 어울려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 작업한 지도 벌써 꽤 됐네요. 이 책으로 시와서와 귀한 인연을 맺게 된 독자님도 몇몇 계셔서 개인적으로 흐뭇한 책이에요.



요즘 미시마의 단편선과 에세이를 작업하는 중인데 미시마와 다자이 사이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에세이 속에 군데군데 등장해서 이 책 작업할 때가 생각납니다. 미시마가 워낙 다자이에게 독설을 퍼부은 탓에 둘 사이의 에피소드는 꽤 알려져 있는 편이에요.

얼마 전 소개한 미시마 유키오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왕복 서간집에도 다자이의 작품을 평한 미시마의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사양>을 읽은 미시마가 가와바타에게 하는 말이에요. 연재 중간까지 읽고 아직 결말까지 읽지 않은 상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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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씨의 <사양>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멸망의 서사시에 가까운, 훌륭한 예술적 완성을 이룰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완성 직전에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다자이 씨 특유의 묘한 불안이 여전히 달라붙어 있습니다.
다자이 씨의 문학은 결코 완벽해지지 않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서사시는 반드시 완벽해야만 합니다. <사양>을 읽으면서 저는 이런 의미 없는 감상을 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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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을 다 읽고 어떻게 느꼈는지도 궁금하네요.^^

오랜만에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 속 <사양>의 문장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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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꽃도 잎도 싹도 아무것도 달리지 않은 그런 나뭇가지가 좋아요. 그래도 번듯하게 살아 있잖아요. 마른 나뭇가지와는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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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단편집과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책들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중에 흥미롭게 읽은 책 중 하나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미시마 유키오가 주고받은 서간집이에요.

스무 살의 미시마가 마흔여섯의 가와바타에게 자신의 첫 소설집을 보내고, 거기에 가와바타가 답장을 하면서 시작된 둘의 편지 교류는 미시마가 죽기 넉 달 전까지 약 25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소설가 지망의 스무 살 대학생이 아버지뻘 문단의 대선배와 주고받는 이야기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부터 가끔은 속 깊은 이야기까지 그 시대 일본 문단과 동료 작가들의 이야기, 노벨상 수상의 뒷이야기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많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한참 연상의 대선배이니 당연하겠지만, 미시마의 문장이 극존칭에 예의와 배려심, 다정함으로 가득한 게 인상적입니다.


위 사진은 노벨상 수상이 발표된 다음날 둘이서 함께 인터뷰했을 때 모습인데, 그때 인터뷰를 보면 워낙 과묵하고 말이 느린 가와바타를 대신해 달변의 미시마가 대신 얘기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재밌어요.
둘 사이의 이야기는 나중에 미시마 에세이 <소설가의 휴가>에서 좀 더 들려드릴게요. 가와바타에 대해 쓴 에세이도 실릴 거예요.

아래는 미시마가 가와바타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에요. 이렇게 보니 꽤 의미 심장한 문장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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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한 방울 한 방울이 포도주처럼 소중하게 느껴지고, 공간적인 것들에는 어떤 흥미도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올 여름에 또 한번 시모다에 내려가겠습니다. 아름다운 여름이면 좋겠습니다.
부디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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