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詩)
시를 몇 년 썼죠
그런데 돈도 안 되고
잘 써지지도 않아서
시를 버렸어요
아니, 어쩌면 시가
나를 버린 것인지도 몰라요
그럴 리가요
우리의 시는 당신을 버리지 않아요
우리의 시는 당신과 함께 행진했고
우리의 시는 당신과 함께 울었어요
물론, 우리의 시는 당신을 아프게도 했어요
당신의 속을 헤집어 놓고
당신을 막막하게 만들며
당신을 길 가장자리로 밀쳐냈지요
당신은 늙은 사람인가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의 목소리는 무슨 색깔인가요?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면
천천히 숨을 내쉬며 이렇게,
아, 에, 이, 오, 우
아름다움은 비참함에서 나오며
에러 코드(error code)가 떠도 당황하지 말고
이번 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오, 가을이 오는 소리를
우리의 시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