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북스테후데 : 오르간 작품 전집 (DDD/ Germany)
Dietrich Buxtehude 작곡, Ulrik Spang-Hanssen 연주 / Documents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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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음반을 사는 것이 때론 모험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 물론 들어보지 못한 음반을 구입하는 일이니 그러하겠지만, 그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음반사나 연주자인 경우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번에 구입한 이 음반이 그런 경우였던 것 같다. Document라는 음반사 자체도 생소하거니와 그 파격적인 가격은 매력이 아닌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북스테후데의 오르간 전집 음반 6장의 가격이 만원을 조금 넘는다. 음원이나 음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만도 했다. 

  아마 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던지 클래식 음반 동호회 게시판에는 Document사의 음반에 대해 묻는 질문들이 더러 있었다. 이미 구입해서 듣고 있는 이들이 친절하게 답을 달아주었다. 대개가 라이선싱이 풀린 오래된 음원들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격은 매우 저렴하나 음질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북스테후데의 오르간 전집 음반은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 연주자 검색을 해보니 네덜란드 태생의 중견 연주자로 나름대로 유럽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구글을 따라 연주자 소개 홈페이지까지 가게 되었는데 내가 받은 인상은 푸근한 중년의 아저씨 같은 분위기였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 있다면 유머라나...

 

  주문한 음반을 받고보니 포장이 매우 실용적이었다. 종이 박스 포장에 재킷도 종이이다. 싼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포장에 실망을 하긴 했지만, 연주는 괜찮다. 이만한 가격에 전집 음반을 듣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란 생각도 든다. 다만, 마스터링 과정에서 들어간 새소리 같은 것은 꽤나 뜬금없고 난감하게 들린다. 아마 음반기획자는 자연의 소리와 어우러진 오르간 연주를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정격연주나 원전연주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음반은 아니겠지만, 조용하고 차분한 오르간의 음색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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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색의 역사 - 성모마리아에서 리바이스까지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김연실 옮김 / 한길아트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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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시대의 이콘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성모의 모습은 대개 붉은 색의 평상복 위에 푸른색 겉옷을 두르고 있다. 내가 아는 미술사 지식에 따르면 붉은 색은 전통적으로 고대 팔레스타인에서 결혼한 여인들이 입는 옷 색깔이었으며, 겉옷의 푸른색은 성모 마리아가 평생 지킨 정결함에 대한 상징을 뜻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왜 푸른색이 성모를 상징하는 고유한 색이 되었던 것일까? 책의 저자가 던지는 질문의 출발점은 그곳에서부터이다.

 

  푸른색이 성모의 색이 되기 이전에 그것이 악마의 사악함과 더러움을 상징하는 색으로 쓰이기도 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움을 안겨준다. 그런 색이 어떻게 가톨릭 교회에서 존경의 대상으로 여기는 성모 마리아의 겉옷에 덧입혀지게 되었을까?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 저자의 설명은 이러하다. 몇몇 사람에 의해 시도된 푸른색의 성모 그림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점차적으로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그것이 일반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관습적 기호로 굳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푸른색의 안료는 구하기 어렵다는 희소성 때문에 높은 가격에만 살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제한된 소재의 그림에만 사용될 수 있었다는 점은 청색이 어떻게 해서 색채의 제왕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가 된다. 이쯤 되면 색이란 것이 고정불변의 정해진 이미지가 아니라 종교, 사회, 문화, 경제와 같은 여러 요소들과 맞물려 형성되는 하나의 큰 신념체계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교회의 고위 관계자와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그림에만 쓰였던 푸른색이 어떻게 해서 오늘날에는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는 색으로 일반에게 인식되기 시작했을까? 사실 푸른색의 독점적이고 우월한 위치는 끊임없는 투쟁 속에서 성취된 것이었다. 투쟁이라는 표현이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블루의 역사는 결코 안온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고결한 성모의 옷자락에서나 볼 수 있었던 중세에서 오늘날 누구나 입는 청바지의 색으로 일상에 자리 잡기까지의 짧지 않은 블루의 역사를 보고 있노라면 눈에 보이는 현상이면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물적, 사상적 토대가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모든 견고한 것은 공기 속에서 사라져버리고, 모든 신성한 것들은 저속한 것이 되며...”

맑스와 엥겔스가 1848년에 발표한 “공산당 선언”에 들어있는 그 글귀가 블루가 이룩해낸 혁명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지 않은가. 어쩌면 그 혁명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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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 글렌 굴드 - 55년 녹음
바흐 (J. S. Bach) 작곡, 글렌 굴드 (Glenn Gould)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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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처음 만난 것은 아주 오래전 빌헬름 켐프를 통해서였다. 불면증을 앓는 귀족을 위해 작곡되었다는 친절한 설명서를 읽었던 때문이었을까? 괴로운 일이 있거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이 곡을 즐겨서 들었다. 그런데 켐프의 연주는 명료하기는 하지만 매우 건조하다는 느낌을 떨치기는 어려웠다.

 

  장 기유가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한 골드베르크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서 켐프 이후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음반이었다. 그러던 가운데 만난 글렌 굴드의 음반은 참으로 낯설기 그지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연주한 골드베르크도 있을 수 있구나 싶어서 놀랐던 것도 같다.


  그가 가진 재능에 못지않게 피아노 앞에서 일삼는 기행 때문에 더욱 더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굴드의 면모는 음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연주 속에 작게 들리는 허밍이라던가 숨소리는 이 피아니스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하는 생각의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거기에다 그의 골드베르크 연주는 일반적인 빠르기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런 이유로, 어떤 이들에게 이 곡은 편안함과 위안 대신 굴드가 선사하는 긴장과 각성처럼 여겨질런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굴드의 골드베르크 연주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이 음반을 즐겨 듣는 이유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추구했던 피아니스트의 내면을 추측하고 엿볼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알려진 대로 그는 알 수 없는 여러 통증과 질병 때문에 항상 한보따리의 약병을 가지고 다녔으며, 자신만의 앉은뱅이 피아노 의자에 집착했고, 콘서트에서는 자신의 연주가 모두 사라져 버린다며 스튜디오 녹음을 고집했던 피아니스트였다.


  그에 관한 다큐를 작년에 볼 기회가 있었다.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프랑수와 지라르의 “글렌 굴드에 관한 32개의 단편”을 보고 나서도 굴드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남는다. 어쩌면 한 사람의 삶을, 내면을 이해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오늘도 그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세상 사람들은 그에 관한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그리고 그가 연주한 골드베르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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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입문
빌 니콜스 지음, 이선화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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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보면 더 잘 찍을 수 있을 겁니다.”

  

  지인이 다큐를 만들고 싶어하는 나에게 해준 말이다. 이미 여러 번의 제작 경험이 있는 그의 조언은 매우 단순하고 명료했다.


  빌 니콜스의 “다큐멘터리 입문”은 나의 초조함과 불안함이 찾게 만든 책이다. 그동안 다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또 나름대로 열심히 보아왔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다큐멘터리가 무엇인지 명확히 말할 무엇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내가 다큐에 대해 품은 모호함과 어려움은 오늘날의 다큐가 가진 폭넓은 다양성과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빌 니콜스는 그런 나에게 이 책을 통해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주길 자청한다. 그는 다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풍성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차근차근 또박또박 일러주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다큐멘터리라는 하나의 별천지에 발을 들여놓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특히 이 책에 예로 든 많은 다큐 작품들은 나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겨주었다. 많은 작품을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라는 지인의 충고는 그런 점에서 적절한 것이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이제부터 시작이니 걱정 말라고 따뜻하게 어깨를 두드려주는 선생님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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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el Kennedy - Vivaldi II
나이젤 케네디 (Nigel Kennedy) 연주 / 이엠아이(EMI)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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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제까지 듣던 비발디의 음악은 아닐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솔직히 이 음반을 듣고나니 놀라움 반, 실망 반이다. 물론 나이젤 케네디에게서 반듯하고 잘 정돈된 비발디 연주를 기대한 것이 나의 실수(?)라면 실수일 수도 있겠다. 


  협연자인 케네디와 베를린 필 단원들과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너무 잘 맞았던 것이었을까? 전체적으로 템포가 매우 빨라서 기존의 비발디 연주에 익숙한 이라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하다. 경쾌함을 넘어서 미끄러지듯 잡을 수 없는 음률들은 아쉬움을 남긴다.


  나이젤 케네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음반이 또 하나의 베스트에 들어가겠지만, 원전에 충실하고 보편적인 해석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까지나 이 음반은 나이젤 케네디 표 비발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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