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新都市)
서른다섯 살, 신도시는 늙어가고 있다
부실한 시멘트로 지어진 골조는
늘어진 잇몸이 되어 흘러내리고
검버섯의 얼굴은 분칠로 가려지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은 또 다른 신도시로 떠났다
부모를 따라 아이들과 학원도 짐을 싸고
거친 회색 외벽의 병원들은
굳건한 두 다리로 버틴다
이 도시의 병원은 환상적이다
처참한 몰골의 지방 병원과
돌팔이 의사들에 지친 늙은이는
젊은 날의 신도시로 돌아갈 날을 꿈꾼다
스멀스멀 재개발의 광기가
스마트, 혁신, 재생 도시의 깃발을
너덜거리게 흔들 때,
이 낡은 신도시는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중심은 진입할 수 없는 성채(城砦)
주변부의 삶은 원심력에 가속도가 붙어
한없이 누추해지는데
돌아갈 수 없는 신도시의 꿈이
까끌거리는 눈꺼풀에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