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생(生)


모든 생을 꿈꿀 수 있으나
오직 단 한 번의 생을 살 수 있을 뿐이다

목이 늘어진 티셔츠에
피곤한 몸을 구겨 넣고는
글을 써내려간다
내가 살아내지 못한 어떤 삶에 대해

흘러내리는 것은 눈물이 아니라
눈꺼풀이며 시간이다
조절력을 잃어버린 눈은
저도수(低度數)의 안경에 정착한다

모니터의 흐릿한 화면에는
거대한 습지가 있다
코끼리가 지나가는데
새끼를 품은 회색관두루미는
둥지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지켜 내야 할 것이 있으므로

활짝 날개를 편다
코끼리가 흩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