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일 서정(春日抒情)
재잘거리는 철쭉이 핀 산책로
두 개의 등산 스틱으로 걸아가는 노인
나에게는 두 개의 안경이 있다
근거리용과 원거리용
늙음에는 돈이 필요하다 아주 간절하게
이미 라일락이 진 자리
아파트 잔디밭의 개똥 금지 표지판을
좌절 금지로 매번 읽는다
다시 서른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난 가지 않겠어, 어떻게, 그 시간을
다시 살아내라고, 그냥 여기에서
두 다리를 땅바닥에 꽉 붙이고
오래된 흉터를 어루만지면서
쉼표는 왜 그리 많은지
마침표를 찍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며칠 전 꿈에서 사라진 새끼 고양이의 행방을
오늘 새벽의 꿈에서 확인한다
작은 방 창문 건너편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는
봄볕 아래 자꾸만 헤살거리며
곧 겨울이 오겠구나
엄마, 이제 여름이 올 거야
아직은 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