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라일락이 밭은기침을 내뱉습니다
바람이 가쁘게 향기를 흩어버립니다
나는 라일락이 져버리는 날을 헤아립니다
하루,
이틀,
사흘,
라일락의 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소식을 참으로 늦게 들었습니다
당신의 눈은 오랫동안 멀어있었고
당신의 육신은 그저 고단했습니다
당신의 봄은 라일락과 함께 멀어집니다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려 나가고
발목이 으스러지며
허리가 바수어지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
당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당신의 구겨진 낡은 옷깃 사이에
가만히 속살거리며
그래도 누군가는 들을 것입니다
이 봄이 지나가기 전에
나는 들었습니다
당신의 부서진 날개가 푸르게
펄럭이는 소리를
당신이 날아간 그곳
라일락의 향기가 문신처럼 새겨집니다
*대기업의 휴대폰 하청공장에서 일하다가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가 있습니다. 이진희 씨(1987-2025)는 그 사고로 시력을 잃었고,
뇌출혈로 오랫동안 투병하다 세상을 떴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