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타인의 삶
지난 석 달 동안 썼던 블로그 글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내가
블로그 설정 메뉴에서 뭔가를 잘못 눌러서 그리된 모양이다
그래서 삭제된 글을 다시 올릴까 생각을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 글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꼭 찾아서 올릴 필요도 없어 보였다
내 일상의 작은 편린들인 셈인데, 그걸 읽는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삶, 그것도 스쳐 지나가는, 별 의미도 없는 짧은 글일 뿐이다
나는 새삼 내가 하루 종일 그렇게 무심코 듣고 잊어버리는
타인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배경 소음처럼 틀어놓는 라디오에서는
이런저런 사연들이 꾸역꾸역 나온다 어제는 장애아를 20년 동안
키웠다는 여자가 사연을 보내왔다 도망치고 싶었을 때도 많았지만,
여자가 쓴 그 문구에서 목이 콱, 메이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얼마나 간절히 자신의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을까?
그래도 버텨내고 살아낸 여자가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를 담당하는 야쿠르트 여자에게는 자폐아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은 덩치가 크지만 그저 해맑게 엄마만 따라다닌다
언젠가 여자와 그 남편, 그리고 아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어떠어떠한 것이 있어야지만, 또는 없어야지만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내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고 다시 한번
다짐을 한다 그래도 힘든 것은 어쩔 수 없겠지 베란다 앞의 벚꽃은
이제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까치 한 마리가 소리를 내길래
들여다보았더니 둥지를 지을 나뭇가지를 있는 힘을 내어 부러뜨리는
중이었다 그 까치가 날아간 곳은 얼마 안 있어 베어지게 될 나무이다
그 나무 꼭대기에 있는 자신의 둥지를 까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고치고
있다 소용없는 짓이지 까지의 둥지는 삭제된다 내가 무심코 듣게 된,
알게 된 타인의 삶도 내 머릿속에서 삭제된다 그래도 그들의 삶은 이어진다
까치는 새집을 어딘가에 지을 것이며, 타인의 삶에도 봄이 깃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