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님이 알려주신대
재수생 시절의 일이다 학원 선생 가운데 전직이
박수무당이었던 선생이 있었다 신실한 기독교
집안이었던 선생은 갑자기 신내림이 와서 무당이
되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당 노릇을
그리 오래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결국 본업인
학원 선생으로 돌아왔다 선생은 학원생들에게
무당에게 점 볼 때 속아넘어가지 않는 법에 대해
간결하게 알려주었다 무당이 잘 맞추나 보려면
아주 최소한의 정보만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선생은 대개의 무당이 앞일에 대해서는 열 가지
가운데 한두 가지만을 알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것조차도 신령님에게 기도를 많이 해야 겨우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우리나라에서
제일 영험한 산은 계룡산, 이라고 엄숙하게 말했다
가끔 그 이야기가 생각나곤 했다 정말 무당이 앞날을
맞추기는 맞추나? 예전에 수원의 점집 골목을 찍은
TV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거기에 나오는 늙은 무당의
일화가 재미있었다 그 무당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다방에서 커피를 시켜다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리고 다방 마담에게 그날의 자기 수입을 은행에다
입금하는 일을 맡겼다 그렇게 마담을 믿고 통장을
맡겼는데, 그 마담이 나중에 통장을 털어서 도망가 버렸다
할머니 무당은 다방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이 사기당한
일을 담담히 말했다 그러고는 커피 배달을 온 새로운
마담에게 통장을 내어주며 입금을 하라고 시켰다
이분은 믿으세요? 다큐를 찍던 PD가 무당에게 물었다
응, 얘는 나한테 사기 칠 애는 아냐, 그렇게 말하면서
무당은 호호호, 웃었다 신령님도 모든 걸 다 알려주는 건
아니군, 나는 점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그 늙은 무당의 느슨한 웃음 소리를 떠올리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