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마지로(犬馬之勞)
사극을 보다 보면 가끔 듣게 되는 대사가 있다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습니다, 같은 것
개와 말의 하찮은 노력, 이란 뜻의 이 사자성어는
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보필하겠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말을 하는 이의 신분은 대개가 미천한 편에 속한다
나의 기억으로는 배웠다는 선비나 좀 거들먹거리는
부자가 이런 대사를 사극에서 주워섬기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다 권력에 빌붙으려는 잔챙이 같은 무리,
그들은 비굴할 정도로 고개를 바짝 바닥에 대고는
힘있는 자를 향해 큰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러면
그 말을 들은 윗사람은 삐딱하게 내려다 보며
경멸의 웃음을 줄줄 흘리곤 했다 그런 사람을 위해
있는 힘껏 견마지로를 보태던 이들의 말로는 좋지 못했다
권력자는 그들을 진짜로 짐승처럼 생각했으므로
마구 부려먹고는 곧 내버렸다 개와 말의 팔자가 그러했다
개는 기운이 쇠하면 복날에 두들겨 패서 잡아먹었고
말은 온갖 일을 하다 쓰러져 죽으면 그것도 도살하여 먹었다
조선 시대에 말고기는 구하기 어려운 별미로 여겨졌다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배우지 못했고, 가진 것이라고는 출세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 뿐인
한 남자가 위정자에게 그렇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견마지로를 다하였으나, 처절한 굴종(屈從)과 헌신의
대가(代價)는 예약된 철창 뒤의 기나긴 시간이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