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꿈
소설 작법 수업의 소설가 선생은 참으로 솔직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등단작에 얽힌 이야기이며 이런저런 문단의 이야기도
재미나게 들려주었다 선생의 이야기 가운데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 선생은 몇 개의 큰 문학상을 거머쥐었는데,
그때마다 자신이 꾼 꿈이 있다고 했다 바로 똥꿈이었다
선생은 꿈에서 엄청난 똥을 보면 돈이 생기겠구나, 라고 여겼다
선생이 받은 상들은 선생에게 큰 상금을 안겨주었다 나에게는
그런 돈이 되는 꿈은 없었다 똥이 돈으로 변하는 꿈의 마법이라니,
나도 그런 꿈을 꾸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똥꿈으로 상금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선생은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 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는 것이었겠지
선생은 서서히 문단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선생의
화려한 등단을 생각하면 창작의 소재가 고갈된 작가의
삶이란 얼마나 고달픈가를 절로 깨닫게 된다 돌고 돌아
이제는 문학이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선생의 소식을
최근에서야 들었다 선생은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내 생각에 선생에게는 여전히 똥꿈이 필요한 것 같았다
글을 쓰거나 공부하는 일, 그 두 가지는 여간해서는
돈을 만들어내기 힘든, 배고픈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