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책상 위의 시계가 5분 늦게 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얼른 분침을 바로
잡아준다 하지만 이 시계는 점점 더
정각에서 멀어질 것이다 새 건전지를
끼워줘야겠지 나는 시계에 새 건전지를
끼워준 적이 한 번도 없다 원래 이런 시계는
쓰다 남은 건전지를 끼워도 잘도 간다
그런데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이 발견을 그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알려준다고 해도 믿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수명이 다한 것처럼 보이는 건전지가 그렇게
꾸역꾸역 지 목숨을 이어가는 것처럼 희망도
끈적끈적 점액을 내뿜으며 들러붙는다 슬프게도
희망이란 원래 버리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