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散文詩)


산문시를 혐오한다 아주 매우 많이
요즘의 시는 거의가 다 산문시인데
나는 그 시들을 볼 때마다 플라나리아(planaria)가
떠오른다 그래, 중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그 플라나리아
몸뚱이를 칼로 잘라내어도 작은 살점에서 머리가 생기고
눈이 생기고 그렇게 작은 플라나리아가 생겨버리는,
수학의 정석(定石)과 성문 기본 영어 같은 어디서 굴러먹던
시론(
) 책을 달달 외워서는 말이지, 그걸 가지고 열심히 연습하고
기출 문제 연구하듯 그렇게 대가리 터지게 시를 써
말하자면 이런 거,

구관조를 씻기거나
고양이가 나를 먹어버렸다거나
쓰레기가 당신을 줍는다거나

리얼리즘의 시대는 진작에 가버렸다구
이제 일상을 비틀어서 환상의 세계를 창조해야지
언제까지 현실 묘사에 목을 매고 살 것이냔 말이지
자신이 창조주가 되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던가

이딴 소리를 지껄이면서, 플라나리아가 득시글거리는
산문시를 기계처럼 찍어내면서, 야, 그래서 네가 쓰는 시가
이 세계의 진보에 발가락의 티눈만큼이라도 기여를 했느냐고
너의 구멍 난 심장에 손가락이나 넣어보고 말을 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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