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슬리퍼를 찾아


1년째 낫지 않는 내 오른발은
매일 혼자 울었다 열을 냈다
눈을 흘겼다 코를 힝, 하고 풀었다

아픈 발이 아프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슬리퍼를 찾는다
기기묘묘한 슬리퍼의 세계
넌 슬리퍼 한 켤레에 6만 원짜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니?
기껏해야 석유에서 뽑아낸
가짜 고무 쪼가리가 선사할
6만 원어치의 편함은 어떤 것일까,
가만히, 혼자, 머릿속으로

아마도 내가 모르는
슬리퍼의 과학이 있을 거야
어쨌든 발을 편하게 해주는
미지(未知)와 필연(必然)의 과학이

그렇게 장사꾼의 과학을 믿다가
세 켤레의 슬리퍼가 신발장에서
지금은 꽃분홍색 욕실화를 신고
집안을 걸어 다닌다
2천 원짜리, 두툼한 밑창,
아가 신발처럼 뽁뽁거리는 소리
그제야 칭얼거리는 발이
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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