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기(習作期)


왜 날로 먹으려 드는 거야?
너, 시를 잘 쓰고 싶다면서
그럼 돈 좀 들여서 시 창작 강의라도 들어야지
네가 잘 모르나 본데, 시를 쓰는 것도 기술이 있어
그걸 배우지 않고서 어떻게 쓴다는 거야 말하자면
시인들은 언어를 조련하는 조련사인 셈이지 그런데
넌, 그걸 무시하잖아 시를 그냥 계속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 거지? 와, 어떻게 그런 무식한
생각을 하면서 시를 쓰고 있어? 그렇게 백날 써봐라
문단에 네가 들어올 수 있을 거 같아? 여긴 그러니까
프로페셔널의 무대인데, 너 같은 초짜를 끼워주겠냔 말이지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네가 말재주가 있다면 영업을 뛰는 거야 문학판 인맥을 쌓는 거지
어떤 면에서 그것도 재능이지 별거 아닌 너의 습작 쪼가리 들고서
아양도 떨고 읍소도 하면서 그렇게 친분을 쌓아가다 보면
가늘고 기다란 연줄이 될 수도 있지 아는 사람 더 잘 봐주고 그런 거
그걸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좀 나이브하게 굴지 마

말재주도 없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게 뭘까?
아, 얼굴이 좀 되면 그걸로 어떻게 밀어붙일 수도 있겠군
시가 이미지라는 말은 이제 웃기는 소리가 되어버렸어
시인이 이미지여야 해 팔아먹을 이미지 말이지
매일 인스타로 독자와 소통하고 번지르르한 일상을
인터넷 땔감으로 집어처넣는 우리 시대의 시인,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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