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기분
수옥아, 너 서른다섯이라고 했지
이제 늙은 기분이 든다고 그랬지
네가 말하는 걸 들으니 웃음이 나와
그래, 웃음이 미치도록 터져 나와
겨우 서른다섯 처먹고 뭐, 늙은 기분?
조금 늘어진 뱃살 때문에
옷장에 맞는 옷이 없다며 징징거리는 게
늙은 기분이냐?
머리털 좀 빠지고 팔자주름이 생겼다고
늙은 기분이야?
야, 넌 뭐 이제 겨우 서른다섯 처먹고
그렇게 얼간이처럼 사냐?
얘야, 늙는다는 건 말이다
후우, 한숨 좀 쉬자
그러니까 말이야,
늙는다는 건 아주 기분 더러운 일이지
암, 그래, 그렇구 말구
적어도 늙은 기분을 느끼려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도
저녁에 졸음을 주체하지 못해
소파에 몸을 구겨 넣고
바닥을 박박 긁는 저질 체력으로
여름을 나면서 땀을 미친듯이 흘릴 때
그게 눈물인 줄 착각하는 거야
팔아먹을 게 없어서
너의 그 병신같은 서른다섯 늙음을
팔아먹고 다니니?
좀 창피한 줄 알아
좌절은 그만
이 늙은 언니가 진심으로 충고할게
정신의학과에 가서
항우울제 처방을 받아
그럼 너의 늙은 기분은
쥐죽은듯이 사라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