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개
갈색의 큰 개는 고요히
등나무 아래 벤치에서
늙은 여자는 연신
목덜미를 훔치며
오래전,
녀석은 가끔 큰 소리로 짖었고
목줄 없이 놀이터에서
날뛰던 날도 있었다
셰퍼드(shepherd)와 도사견(土佐犬)의
그 어디쯤 우연의 계보(系譜)
어쩌다가 늙은 여자와
어쩌다가 비 올 구름의 여름날에
집에 가기 싫다며
화단의 흙더미에 얼굴을 파묻고는
얘, 그건 예뿐이의 똥이야
누런 염색 머리의 60대 여편네가
끌고 다니는 개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목줄을 한없이 늘이면서
예뿐아,
넌 행복하니?
행복이라는 말은 금지
천둥이 쏟아진다
갈색개가 울며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