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오후 4시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혼자
놀이터 옆 벤치에 앉아있다
가만가만 숨을 내쉬며
천천히 부채질한다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이다
늘 그 시간에 나오는 동네 사람들

누런 염색 머리의 늙은 여자는
비척거리며 걷는 아픈 개를 풀어놓고
말 많은 영감은 젊은 날을 늘어놓는다
누군가 쪄온 옥수수를 나누어 먹으며
그들만의 정겨운 오후 4시

하지만, 오늘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검은색 스카프를 두른 외로움이
할머니의 어깨 위에 앉아서
재잘거리는 소리를 낸다

어디를 가시오?

이쪽 집에서 저쪽 집으로요

행인이 상냥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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