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未知)의 시


에어컨이 없는 작은 방
목에다 젖은 수건을 두르고 시를 쓴다
슬픈 시 좀 어디 알려줘 봐요
시란 원래 슬픈 거야
사는 게 즐거우면 시를 쓸 수 없어
어느 머저리의 시학을 떠올린다

나는 방바닥을 천천히 긁으며
미지의 시를 탐구한다
멸종된 공룡의 뼈가 만져진다
시커먼 세월의 때가 낀 지층 속
화려한 깃털은 보이지 않는다

너는 한때 크게 울었고
땅이 울리도록 달렸으며
사랑스러운 새끼들을 품었었지
하지만 이제 한낱 뼛조각으로 이렇게

언젠가 내가 죽어서 누울 관을 생각한다
나의 뼈와 나의 시들이 우는 소리를
아주 아주 먼 훗날의 누가 듣겠는가

15년 된 낡은 컴퓨터는 밭은 숨을 내뱉는다
목덜미의 젖은 수건은 반쯤 말라버렸다
땀에 절은 탱크톱에서는 어설픈 쉰내가 난다
미지의 뼈를 가만히 만져보다가
나는 서둘러 묻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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