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The rainy season)


튼살처럼 터져버린 물소 가죽 소파에
몸을 누이고 낮잠을 청한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가
거실에 앉아계셨다
회색의 얼굴, 아무 말도 없이

죽은 조상이 꿈에 보이는 건
어쨌든 좋은 건 아니에요
젊은 아가씨 무당이 말했다
 
엄마는 혼자 집을 나갔다가 길을 잃었다
무너진 기억의 제방을 더듬으며
여기가 어딜까?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아

나는 땀과 장맛비로 범벅이 된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닦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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