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들


옥수수 껍질을 벗기다가
하얗고 통통한 벌레를 보았다
아주 빠른 판단
손가락으로 꾹 눌렀을 때
물크러진 벌레의 살점
한 점의 미안함이 있다
너도 먹고 살려고 거기에
있었을 뿐인데

어스름 저녁
낡은 방충망을 뚫고
검은 모기 한 마리
부엌을 질주한다
다음 날 오후,
나는 하얀 커튼 사이
모기의 다리를 잽싸게 잡아챘다

죽어 마땅할 벌레
죽여야만 하는 벌레
죽일 수밖에 없는 벌레
죽이는 마음을 흔드는 벌레
죽이고 나서 한참은 생각나는 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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