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쓰는 시


시를 배워서 쓰라는 말을
하는 머저리가 있었다
시를 배워서 쓰라니
시가 배워지는 것이더냐

요즘 나오는 시집을
읽으라는 말도 들었다
그 조울증 걸린 단어들의
아무말 대잔치를
나더러 연구하라는 것이냐

내가 하나 알려주지
창작을 하려는 사람은
자기의 삶에서
글을 퍼 올려야 하는 거야
달리 말하면 두고두고
파먹어야 할, 진저리나는
인생의 상처 같은 게
있어야 하는 거지

그런 것도 없으면서
무슨 글을 쓴다고 그래
자기 안에서 퍼낼 게 없으니
맨날 남의 인생을 주워 담고
다른 사람 글을 짜깁기하고
그런 등신같은 짓을 하는 거지

시를 배워서 쓰라고 하는
너 같은 머저리는
평생 문단 따라지
신세로 사는 거야

아무도 안 읽는 
너의 구석진 블로그에다
매일 시를 써내는 패기도
없으면서 누구한테 시를
배워서 쓰라는 거냐

어디서 주워들은 말로
남의 눈을 흐리지 말고
네 글과 인생이나 돌아봐
내 단언컨대
배워서 시를 쓰는 너는
시의 언저리를 맴돌다
철조망에 걸쳐진
뱀허물처럼 사라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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