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쓸모



시를 쓰다가 미쳐버린 사람
시를 쓰다가 굶어 죽은 사람
시를 쓰다가 중독자가 된 사람

혈관에 풀어놓은 뱀독 마냥
시가 인생을 삼켜버리고
결국 시인은 쪼그라든
아주 작은 점으로
무섭고 슬픈 이야기

6월, 모감주나무의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흘러내리고
아가의 옹알이 소리
살아있다는 것

아주 멀고 먼 옛날
라스코 동굴(Lascaux Caves)의 그들은
쓸모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지

미래의 독자에게 보내는
희미한 수신호(手信號)
재로 짓이겨진 동굴 벽
검푸른 자귀나무의
잎사귀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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