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산책


참새는 대가리를
치고받으면서
싸우는 중이다
참새가 저렇게
사납게 구는 건
처음 본다 정말

무자유카는
주렁주렁 흰 꽃을
늘어뜨리고 자신의
때를 과시하지만
너에게는 향기가 없지

공원에는 처절한 세금 낭비인
노인 일자리 정책의 노인들
거리 청소를 위한 빗자루는
조용히 잠들어 있어
자식이 얼마나 용돈을 주는지
자랑을 늘어놓는
무료한 농담의 대잔치

자, 우리 초코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젊은 여자는 목줄을
풀고 강아지를
가슴에 품는다

건너편 아파트에서는
홀로 집을 지키는 개가
목이 터져라 짖고 있어

족저근막염에 걸린
발이 아파서 비명을 지를 무렵
어디선가 자그맣게 들리는 소리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달력에다 자그맣게 써넣는다

매미가 울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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