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새벽 2시 34분,
까박까박 식탁에서 졸다가
뚜우뚜우, 하는 소리에 잠이 깬다
누군가 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다
머리숱이 없는 중년의 키 작은 남자

새벽, 배송

자본의 힘으로 박탈된
수면과 노동은 고객에게
신속함과 편리함을 선사한다

식탁의 태블릿 PC 화면에는
외신 기사 사진이 펼쳐져 있다
전쟁이 터진 저 먼나라
폭격으로 어머니를 잃은
여자는 부서진 잔해 위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유럽의 부자 나라는
기후변화로 폭우가 쏟아져
도시가 물에 잠겼다

산다는 것의 무게
언젠가 죽음과 같은
밤으로 끝나겠지만

다시 또 한 번
뚜우뚜우,
힘겹게 새벽을 나르던
그는 가늘어지는
엔진 소리와 함께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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