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개


흰색의 마른 개는
다리를 절며 걸었다
불규칙한 보폭으로
사부작사부작

늙음은 어딜 가나
송곳처럼 삐져나온다
염색물이 빠져버린
누리끼리한 머리
무릎이 나온 추리닝 바지
늙은 개의 주인도
늙음 속에 흐른다

개에게 남은 날을
헤아려 본다
늙은 개는 내년,
아파트 화단의
연분홍 철쭉과
탐스러운 푸른 수국을
볼 수 없으리라

늙고 병든 것들은 모두
질질 끌려가며
오래된 녹슨 자국을
아프게 남긴다

살았던 기억
지상의 빛나던 한순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