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시


물고기는 매끄럽다
달은 아름답다

이런 시구(詩句)를 쓰면
치열한 시가 아니라고
너는 말했지

어부가 평생 만져온
물고기가 매끄럽지
않다면

달을 보며 간절히
소원을 빌었던 이가
달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너의 그 물질과 허영에
찌든 언어나 버리지 그래
기성 문단의 권력에
들러붙으려고 매끈한
아첨이나 연마하면서
어떻게 하면 삶과 유리된
우스꽝스러운 단어들만
비틀고 비틀어서

물고기는 매끄럽고
달은 아름다워
그게 자명한 진실이며
치열한 삶의 언어야

견딜 수 없는 건
안온한 너의 시와 사유야
물비린내 나는 글자들을
금박 포장지로
곧 썩어서 사라져 버릴
그렇고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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